이달 들어 한국전력 국민건강보험 코레일 등 주요 공기업이 본격적으로 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모든 공기업은 정부 지침에 따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해 신입 직원을 채용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NCS에 따라 직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대다수 공기업은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NCS 채용 전면 도입됐지만…

NCS는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할 때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을 국가가 체계화해 놓은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업무와 무관한 ‘과도한 스펙 쌓기’를 막기 위해 2015년 도입됐다. 작년엔 230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에 적용된 데 이어 올해는 모든 공기업과 준공기업, 공공기관(총 332곳)으로 전면 확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의 공공기관도 올해부터는 NCS 기반 채용을 시작한다.

NCS 기반 채용이란 쉽게 말해 NCS에 따라 채용 공고부터 서류전형, 필기, 면접 등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계업종에 속한 기업은 취업 지원자의 학점·어학성적·학벌 등 ‘스펙’을 보는 것이 아니라 NCS에 맞춰 금형수정, 다듬질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를 따져 채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NCS 기반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NCS 평가는 크게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수행능력평가’로 나뉜다. 직업기초능력평가는 인성과 적성을, 직무수행능력평가는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을 평가한다.

문제는 직업기초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은 많지만 직무수행능력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각 공기업은 개별 직무별로 시험문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부 전문기관의 시험 문제를 써도 되지만 기업 및 업종별 특성에 맞는 직무수행능력평가 시험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A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들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싶어도 이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반쪽짜리’ NCS 기반 채용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업기초능력평가만 NCS에 따라 실시하고 직무수행능력은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은 스펙 요구 여전

많은 공기업은 어학성적 등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230개 공공기관 가운데 75개사는 토익 등 어학성적을 반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은 배로 늘고 있다. NCS 기반 채용을 준비하는 가운데 기존처럼 스펙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들의 NCS 확산이 더딘 점도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동시에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겐 부담이다.

한 공기업 취업준비생은 “NCS 수강료가 과목당 10만원에 이르고 전체 강의를 들으면 1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