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저유가 추세가 끝났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의 새 최고경영자(CEO) 대런 우드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시장 상황이 적정하다면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2020년까지 연 2% 늘릴 예정”이라며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은 연 20%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텍사스 서부의 페름 유역과 노스다코타의 바켄 지역에 주로 추가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 셰일오일 생산량은 올해 하루 20만배럴에서 2025년까지 75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드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각에서 국무장관을 맡게 된 렉스 틸러슨의 후임이다. 우드는 이날 투자설명회에서 2020년 생산량 전망치를 하루 400만~440만배럴로 높여 잡았다고 밝혔다. 시장을 더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엑슨모빌은 유가가 올해 배럴당 45달러 이상, 2018~2020년 사이 42달러 이상이면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배당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 선물은 배럴당 53달러대, 런던상품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2개월 선물은 56달러대에 거래됐다. 유가는 올 들어 50달러대 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엑슨모빌이 상대적으로 성장이 부진한 점을 비판해왔다. 지난 1년간 엑슨모빌 주가는 2%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2위 석유회사 셰브론 주가가 31% 오른 것과 대조적이었다. 셰브론은 올해 원유 생산량을 7%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엑슨모빌보다 더 공격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엑슨모빌이 보유한 유전 가운데 컬 오일샌드 지역(추정 매장량 35억배럴) 등 19%가 회계적으로 ‘생산성이 없는’ 지역으로 분류됐다는 악재도 함께 공개됐지만 투자설명회 후 이 회사 주가는 주당 83달러로 1.6% 올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