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교역 규모 5321억달러…NAFTA 체결 전보다 7배 늘어
미국산 부품으로 멕시코서 자동차 조립…멕시코서 키운 송아지 미국서 도축
무관세 힘입어 분업 활발…'35% 관세' 부과땐 수출 타격
누에보레온주 레이노사시(市)의 제이버 노바 관세청(SAT) 담당관은 “주지사들이 걱정만 하다 회의를 마쳤다”며 “이른 시일 내 미국 측 국경 인접 주인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텍사스 주지사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한 게 유일한 결론”이라고 전했다. ◆상호 보완적인 두 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고, 멕시코산 제품에 35% 관세(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공화당도 수입기업에 과세하고 수출기업에 면세하는 법인세 성격의 ‘국경조정세’를 도입할 태세다. 트럼프의 국경세나 공화당의 국경조정세 모두 국경을 넘나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무관세 무역을 보장하는 NAFTA 체제가 무너지고 국경세가 부과되면 분업구조도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의 국경 인접 주지사들이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 간 교역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5321억달러에 이른다. NAFTA 발효 직전 해(1993년 815억달러) 대비 약 일곱 배로 늘었다. 멕시코는 미국의 세 번째 수출국, 두 번째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미국은 멕시코의 최대 수출국(수출품의 80% 차지)이자 수입국(46%)이 됐다.
NAFTA에 힘입어 무관세로 교역이 이뤄지는 데다 분업이 활발하다 보니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72%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수출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38%는 미국산이다. 상호 보완적인 분업구조다.
구체적으로는 ‘컨베이어벨트식’ 분업체계로 불린다. 멕시코에서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기까지 원자재·부품·모듈 형태로 평균 네 번, 최대 여덟 번까지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나든다는 보고서도 있다.
①멕시코산 철광석이 미국으로 넘어가 ②미국에서 철판과 부품으로 만들어져 멕시코로 넘어오면 ③멕시코에서 싼 인건비를 이용, 부품을 조립해 미국으로 넘기고 ④미국은 다시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멕시코로 수출해 멕시코산 자동차가 완성된다.
농업 분야에서도 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멕시코 국경 치와와주에서 키운 월령 12개월 이하 송아지가 미 텍사스주로 수출된다. 텍사스 농가는 이 송아지들을 30개월까지 키운 뒤 도살해 멕시코로 수출한다. 양국은 여러 분야에서 이런 분업을 통해 교역을 늘려왔다.
◆무역적자·일자리 갈등
멕시코는 1848년 미국과의 국경전쟁에서 패해 현재의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콜로라도,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등 6개 주를 빼앗겼다. 그 후 기나긴 적대관계가 이어졌다. 멕시코인들 사이에서 “불쌍한 멕시코. 신(神)으로부터는 멀고, 미국과는 가깝구나”라는 탄식이 나왔을 정도다.
1988년 집권한 카를로스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기 위해 NAFTA를 체결한 게 전환점이었다. 미국은 NAFTA 발효 첫해인 1994년 대(對)멕시코 무역에서 13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95년 158억달러 적자를 시작으로 20년간 줄곧 적자를 냈다. 2015년엔 적자 규모가 606억달러로 커졌다. 서비스 부문 흑자(92억달러)를 감안해도 504억달러 적자였다.
값싼 인건비와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미국 내 공장들이 멕시코로 빠져나가면서 일자리 유출까지 겹쳤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NAFTA 발효 후 미국인들이 연평균 1만5000개 일자리를 멕시코에 잃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때부터 “NAFTA는 최악의 협정”이라고 혹평하며 재협상과 35% 관세 부과를 공언해온 배경이다.
◆의존구조 깨겠다는 미국
리카르도 칸투 누에보레온주 상공회의소 회장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틀림없이 뭔가를 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마누엘 몬토야 누에보레온주 자동차부품협회(CLAUT) 사무국장은 “미국이 국경세 부과로 양국 간 분업체계를 깨는 것은 자살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윌리엄 갤스턴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도 “미국은 멕시코와의 분업체계 덕분에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깨뜨리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멕시코시티·티후아나·레이노사=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