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입사 3개월차 용접사 송지혜 씨(20·사진)의 앳된 손에는 화장품 대신 텅스텐으로 제작된 가느다란 용접봉이 들려 있었다. 송씨는 용접을 ‘천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금융업에 흥미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은 그에게 너무 답답하고 지루했다. 축사를 관리하던 아버지 덕에 용접이 친숙했던 송씨는 2016년 3월 한국폴리텍대 특수용접학과에 입학했다.

“얼굴에 쓰는 용접 면의 차광률에 따라 쇳물이 파랑, 노랑 등 다양한 색깔로 보이는 게 정말 예뻤어요. 용접 소리는 또 얼마나 듣기 좋던지.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것 같았죠.”

1년제인 학과 과정을 마친 송씨는 학교 추천으로 동문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동문엔지니어링은 LG, 롯데 등 대기업의 2차 협력사로 열교환기 부품을 제작해 1차 협력사에 납품한다. 초보이다 보니 용접봉에 몸 곳곳이 찔리는 건 기본. 용접 후에는 이음새를 그라인더 날로 갈아내야 하는데 기계의 무게만큼 강한 진동을 감당하기에 그의 손가락과 손목은 아직 너무 여리다.

“일을 하다 갑자기 설렐 때가 있어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요. 남자들만 있는 곳의 유일한 여직원이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많은 여성이 쉽게 도전하지 못 하는 걸 제가 해낸 거잖아요.”

송씨의 월급은 230만원가량. 사무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이 중 매달 50만원씩을 꼬박꼬박 저축한다.

“꿈이 없다는 친구들에게 뭐라도 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도 사육사를 꿈꾸고 상업고등학교에서 금융업을 공부하다가 용접을 전공하고 비로소 제 직업을 찾았거든요. 언젠가 이 분야에서 명장 타이틀을 달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이도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