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에서 세간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아마존은 부스도, 어떤 제품도 출시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CES의 승자로 아마존을 꼽았다. 아마존의 개방형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가 LG전자의 냉장고, 포드의 자동차, 삼성, 코웨이 등 700여개 기업의 제품에 탑재됐기 때문이다.

알렉사의 음성인식 뒤에는 인공지능(AI)이 숨어 있다. 애플이 개발한 아이폰의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 시대를 앞당긴 것처럼 알렉사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가 인공지능 상용화 시대를 빠르게 열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한다.

독일 인스바흐시에 있는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지능화된 로봇을 활용해 10명의 인력으로 연 50만개의 맞춤형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스피드 팩토리가 운영되면서 주문에서 생산까지 3개월 걸리던 제작 기간이 다섯 시간으로 줄었다.

내가 원하는 제품을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보낼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적기생산방식(JIT·Just In Time)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변화의 속도, 범위, 충격의 관점에서 3차 산업의 연장이 아닌 혁명이라고 말한다. 개별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다른 형태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단순히 기업이 소비자에게 품질, 속도, 가격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의 개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거래하며, 배달하는 프로세스 혁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아마존의 알렉사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집안 곳곳의 물건들과 연결되고 나의 소비 선호, 취향 등 모든 것을 분석해 내가 얘기하기도 전에 내가 원할 것 같은 제품을 스피드 팩토리에 주문한다면 현재 기업 가운데 얼마나 많은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려면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할까. 우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큐레이션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로봇 생산으로 한계 생산 비용은 떨어지고, 선택 가능한 제품의 종류가 빠르게 늘면서 개인은 결정 마비, 선택 마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기업에 소비자들이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는 오픈 이노베이션 역량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과 기계,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 등 융합의 혁명이다. 포켓몬고는 포켓몬 게임이라는 가상세계가 증강현실(AR)을 통해 현실세계와 융합한 것이다. 융합의 시대는 정해진 제품의 범주, 경쟁의 경계, 고객 등 모든 것이 다 섞인다. 변화는 급격하고 지금 기업의 사업 영역은 사라질 수 있다. 살아남는 길은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오픈 플랫폼으로 외부 및 환경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세 번째는 대체 불가결한 경험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즉각성의 시대다. 모든 소비자의 요구는 바로 대응돼야 하고, 결과는 투명하게 공유된다. 범용적인 제품과 브랜드의 기업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처럼 힘껏 달려야만 제자리인 끊임없는 소모적인 경쟁 속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옴니채널의 이음매 없이 매끄럽게 연결된 경험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브랜드를 넘어 즉각성의 시대에 더욱 빛나는 마니아를 가진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창록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