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무용 아우른 '거문고 음악' 새 지평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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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국악그룹 '블랙스트링' 리더 허윤정 서울대 교수
내달 3~5일 대학로서 공연
"소리·빛·색깔·몸짓 통해 예술의 초월성 보여줄 것"
내달 3~5일 대학로서 공연
"소리·빛·색깔·몸짓 통해 예술의 초월성 보여줄 것"
“공연장 전체를 ‘거문고 스페이스(공간)’로 만들 겁니다. 2000년 전 탄생한 거문고의 소리와 현대 미디어아트 구조물이 빚어내는 빛과 색깔 등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서는 예술의 초월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관객들이 ‘거문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어다니듯 상상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거예요.”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49)는 ‘국악 한류’의 주역으로 꼽힌다. 허 교수가 이끄는 4인조 국악그룹 블랙스트링은 국악에 재즈, 월드뮤직 등을 접목한 음악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ECM과 함께 유럽의 양대 재즈 음반사 중 하나로 꼽히는 ACT에서 재즈를 접목한 국악 음반을 발매해 호평받았다. 허 교수는 다음달 3~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거문고 스페이스’에서 국악과 미술, 무용의 만남을 시도한다.
“거문고가 멀티미디어 영상, 현대무용 몸짓을 만날 때 어떤 게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지금껏 해온 제 작업과도 연결됩니다. 거문고로 가볼 수 있는 세상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거죠.”
무대 뒤편에는 미디어아트 작품 ‘라이트 스페이스’가 놓인다. 폭 10m, 높이 4.5m의 입체 구조물이다. 수많은 실을 이어 만든 구조물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통해 소리에 따라 빛과 형상이 바뀌며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구조물 자체가 거문고를 상징합니다. 실은 거문고의 현을 의미하죠. 아날로그적인 소재를 연결해 디지털 영상을 구현해낸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어요.”
공연은 5개장으로 구성된다. 과거(1장)에서 현재(3장)를 지나 미래(5장)로 가는 이야기 구조다. 2장과 4장은 각 시대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한다. 과거는 자연음향 소리로 연주하고 현재부터는 음향 효과를 쓴다. 미래에선 기계음을 결합해 거문고 소리를 변형시킨다. 컴퓨터 미디음, 소리를 변형해 내는 전자페달, 직전에 나온 음을 반복해 덧씌우는 루프스테이션 등을 사용한다. 선율에도 변화를 준다. 과거 선율에는 여백이 많다가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면서 곡이 촘촘해진다. 그는 “2000년 전 거문고가 만들어진 당시의 소리는 어떤 것이었을지, 앞으로는 어떨지에 대한 상상을 풀어냈다”며 “거문고 연주의 외연이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과 무용이 공연에 풍성함을 더한다. 미디어아트 구조물은 3장부터 소리에 반응하며 인터랙티브 영상을 보여준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4장에 출연해 허 교수와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블랙스트링 연주자들도 무대에 함께 오른다.
거문고의 매력은 뭘까. “거문고는 아시아권 악기가 뭔가 ‘영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를 낼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다른 소리를 냅니다.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죠. 술대로 두꺼운 현을 쓸고, 뜯고, 때리듯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세고 개성이 강한 소리를 내다 보니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인 곡을 연주할 수 있어요. 전통적인 선율은 물론 대중적이거나 전위적인 곡도 소화할 수 있죠.”
허 교수는 다음달부터 블랙스트링과 함께 본격적인 해외 앨범 활동을 시작한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동유럽, 뉴질랜드, 서유럽, 미국 등을 돌며 투어 공연을 한다. 해외 서양음악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거문고 독주곡 연주회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서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전통 국악을 할 겁니다. 제 모국어와 같으니까요. 하지만 변해버린 세상에서 전통만 가지고는 많은 사람과 만나기 힘들어요.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는 재즈, 미술, 무용 등을 하나씩 더해보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는 거죠. 국악기의 지점을 맘껏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49)는 ‘국악 한류’의 주역으로 꼽힌다. 허 교수가 이끄는 4인조 국악그룹 블랙스트링은 국악에 재즈, 월드뮤직 등을 접목한 음악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ECM과 함께 유럽의 양대 재즈 음반사 중 하나로 꼽히는 ACT에서 재즈를 접목한 국악 음반을 발매해 호평받았다. 허 교수는 다음달 3~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거문고 스페이스’에서 국악과 미술, 무용의 만남을 시도한다.
“거문고가 멀티미디어 영상, 현대무용 몸짓을 만날 때 어떤 게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지금껏 해온 제 작업과도 연결됩니다. 거문고로 가볼 수 있는 세상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거죠.”
무대 뒤편에는 미디어아트 작품 ‘라이트 스페이스’가 놓인다. 폭 10m, 높이 4.5m의 입체 구조물이다. 수많은 실을 이어 만든 구조물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통해 소리에 따라 빛과 형상이 바뀌며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구조물 자체가 거문고를 상징합니다. 실은 거문고의 현을 의미하죠. 아날로그적인 소재를 연결해 디지털 영상을 구현해낸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어요.”
공연은 5개장으로 구성된다. 과거(1장)에서 현재(3장)를 지나 미래(5장)로 가는 이야기 구조다. 2장과 4장은 각 시대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한다. 과거는 자연음향 소리로 연주하고 현재부터는 음향 효과를 쓴다. 미래에선 기계음을 결합해 거문고 소리를 변형시킨다. 컴퓨터 미디음, 소리를 변형해 내는 전자페달, 직전에 나온 음을 반복해 덧씌우는 루프스테이션 등을 사용한다. 선율에도 변화를 준다. 과거 선율에는 여백이 많다가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면서 곡이 촘촘해진다. 그는 “2000년 전 거문고가 만들어진 당시의 소리는 어떤 것이었을지, 앞으로는 어떨지에 대한 상상을 풀어냈다”며 “거문고 연주의 외연이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과 무용이 공연에 풍성함을 더한다. 미디어아트 구조물은 3장부터 소리에 반응하며 인터랙티브 영상을 보여준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4장에 출연해 허 교수와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블랙스트링 연주자들도 무대에 함께 오른다.
거문고의 매력은 뭘까. “거문고는 아시아권 악기가 뭔가 ‘영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를 낼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다른 소리를 냅니다.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죠. 술대로 두꺼운 현을 쓸고, 뜯고, 때리듯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세고 개성이 강한 소리를 내다 보니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인 곡을 연주할 수 있어요. 전통적인 선율은 물론 대중적이거나 전위적인 곡도 소화할 수 있죠.”
허 교수는 다음달부터 블랙스트링과 함께 본격적인 해외 앨범 활동을 시작한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동유럽, 뉴질랜드, 서유럽, 미국 등을 돌며 투어 공연을 한다. 해외 서양음악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거문고 독주곡 연주회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서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전통 국악을 할 겁니다. 제 모국어와 같으니까요. 하지만 변해버린 세상에서 전통만 가지고는 많은 사람과 만나기 힘들어요.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는 재즈, 미술, 무용 등을 하나씩 더해보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는 거죠. 국악기의 지점을 맘껏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