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TSMC 참여 거론…SK하이닉스·폭스콘·마이크론도 후보군

생존 위기인 도시바가 매물로 내놓은 알짜 반도체 부문에 관심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판이 커져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22일 도시바 주가는 22.3% 폭등한 224.7엔에 마감했다.

일본 닛칸고교(일간공업)신문은 전날 애플이 입찰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이날에는 대만 반도체회사 TSMC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 투자로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마루산증권의 모리시마 노부카즈는 애플이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 이후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그밖에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대만 폭스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칩에서 글로벌 2위 업체인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 지분의 20% 미만을 매각하려 했던 계획을 접고 통째로 파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시바가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이나 펀드에 새로운 반도체회사의 기업가치를 2조엔(약 21조원) 이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50% 이상'의 출자 조건도 걸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가치는 1조5천억∼2조엔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닛케이는 도시바가 주식 매도 시기도 4월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매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도시바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분사 방안을 최종 협의한다.

이어 3월 하순 임시주주총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분사를 공식 의결할 예정이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어난 것은 도시바가 채권은행의 압박에 경영권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는 작년말 미국 원전사업에서 7천억엔(약 7조원)대 거액손실이 발생하자 반도체 부문 분사 및 지분 20% 미만 매각과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본을 확충, 채무초과를 피하려 했다.

이런 계산에 따라 지난 3일 최대 지분 19.9%에 대해 매각입찰을 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SK하이닉스, 폭스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 투자펀드 등이 나섰다.

그나마 응찰한 기업들도 도시바가 원한 매각 조건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고액 자금이 물려있는 주거래은행들이 우려하고 나섰다.

"좀 더 제 살을 깎는 자구노력을 보이라"며 압박한 것이다.

도시바는 반도체 지분 매각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계열사들을 팔아도 자금 증강이 여의치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거래은행 등 채권은행단마저 지원하지 않으면 일시에 자금줄이 막혀버린다.

어쩔 수 없이 도시바는 반도체 경영권 집착을 버렸다.

3일 입찰에 당초에는 5개 정도의 세력만 응했다고 흘렸다가 뒤늦게 10개사 이상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을 바꿨다.

돈을 더 받고 팔기 위해서다.

산케이신문은 잠재적 후보가 늘고 있다면서 도시바가 '소액으로 후려치려는 곳은 사양하겠다'는 강경자세로 변했다고 전했다.

도시바는 매각 지분을 높이면서 복수의 회사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도시바는 다만 외국으로의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해 외국사에 매각하는 것을 견제하는 듯한 게이단렌이나 일본상공회의소 등 일본 재계나 정부의 기류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입찰에서는 일본 내의 고용과 거점 유지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내용을 강조한다.

외국기업이나 펀드에 우선협상권을 주더라도 일본(미에현 욧카이치시)에 주력공장을 유지, 기술유출 등은 막겠다는 의지다.

도시바가 욧카이치공장에서 생산하는 NAND형플래시메모리 시장이 향후 2년은 호조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침이 심한 것은 변수다.

시장 장래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래를 생각하면 호황인 지금 높은 가격에 사업을 매각하라는 채권은행단의 권고는 아주 합리적일 지도 모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김윤구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