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1.8%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증시는 장기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미국 등 해외 주식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해외를 주목해야 한다."

미래에셋대우의 한 지점장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회사가 해외 주식 영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이 증권사는 통합 이후 글로벌 브로커리지(GBK)추진본부를 신설하고, 본사 인력 80여명을 배치했다. 또 프라이빗뱅커(PB)의 핵심성과지표(KPI)에 GBK 항목를 새롭게 넣고, 30%의 비중을 배정했다. 그만큼 해외 주식 영업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 "패러다임 자산관리로…해외 자산 담아야"
[해외 주식 투자 바람②]"한국은 세계의 1.8%"…증권사, 해외주식 영업 가속화
이 증권사 관계자는 "원화 자산만 가지고 있다면 한국이 안 좋을 때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정체된 국내 시장을 감안해 상승 가능성이 높은 다른 자산에서도 기회를 찾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고객 관리가 과거에는 국내 주식 관리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자산관리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때문에 자산관리 관점에서 투자군(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달러 자산 등 해외 자산을 가져가자는 움직임이 증권사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앞다퉈 유망한 해외 주식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다음달 7일까지 8회에 걸쳐 해외에 상장돼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한다. 삼성증권도 이날까지 전국에서 7회 일정으로 고객을 초청해 '글로벌 분산투자'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하나금융투자는 리서치센터가 포트폴리오 구성을 자문하고, 전략랩운용실에서 운용하는 '하나 중국신성장1등주랩' '하나인공지능1등주랩' 등 해외 주식 투자상품 내놓기도 했다.

KB증권은 오는 5월 영업점 직원들이 참여하는 해외 주식 모의투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 주식에 대한 직원들의 포트폴리오 구축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 "국내 주식 영업, 수수료 낮아"

해외 주식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은 리서치센터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4년 35개에 불과했던 국내 증권사의 해외 기업 보고서(중국 제외)는 2015년 333개로 10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도 351개로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식 시장을 분석하는 시황 보고서는 2014년 2935개, 2015년 2799개, 2016년 2554개로 줄어들고 있다.

리서치센터는 분석 보고서를 통해 법인 및 지점 영업을 지원한다.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증권사의 영업 전략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있어 국내 주식의 경우 수수료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도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미래에셋대우의 온라인 거래(HTS, MTS 등)의 경우 은행 제휴 계좌를 이용하면 주식매매 수수료가 0.014%다. 해외 주식은 0.25~0.30%다. 삼성증권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국내 주식을 거래하면 수수료가 0.1%대지만, 해외 주식은 0.25~0.4%를 받는다. 대부분의 다른 증권사들도 온라인 해외 주식 매매 수수료가 국내보다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경쟁과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면제 이벤트 등으로 국내 주식에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며 "해외 주식의 경우 국내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