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손잡은 중국 알리페이 "한국 결제시장 잡겠다"
중국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가 카카오와 손잡고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해부터 국내 진출을 위해 전략 파트너를 물색해온 알리페이가 국내 최대 메신저 기업인 카카오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도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알리페이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알리페이, 카카오와 손잡다

카카오는 21일 알리페이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약 229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핀테크(금융+기술) 사업부문을 분리해 오는 4월 초 카카오페이를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신설 법인 대표에는 류영준 핀테크사업 총괄부사장이 선임됐다.

류 대표는 카카오톡 보이스톡 개발팀장 등을 거친 개발자 출신으로 2013년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을 맡아 카카오페이사업을 초기부터 주도했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국내 최초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시작해 송금 멤버십 청구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가입자는 1400만명으로 누적 거래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알리페이의 국내 가맹점 3만4000개를 카카오페이 중심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기존 알리페이 가맹점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오프라인사업자 위주여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가맹점에 집중된 카카오페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따로 국내 전용 결제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더글러스 피긴 앤트파이낸셜인터내셔널 대표는 “한국은 다양한 서비스 혁신 잠재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앤트파이낸셜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의 대표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와 함께 새로운 금융 혁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직구도 카카오페이로

이번 협약으로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타오바오 등 쇼핑몰에서 카카오페이를 쓸 수 있도록 서비스 연동도 추진한다. 알리페이는 중국에서 화폐·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보편화됐다. 택시비 지급이나 호텔 및 병원 예약, 의료비 정산,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가입 시 실명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국내 은행 계좌를 등록하기 쉽지 않아 한국인 사용자는 거의 없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와 연동되면 국내 직구족이나 여행객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 카카오페이 가맹점도 이용자 기반이 크게 넓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페이와 함께 국내 간편결제 시장 강자로 꼽히는 삼성페이(삼성전자) 네이버페이(네이버) 페이코(NHN엔터테인먼트) 등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그동안 메신저 시장 우위를 모바일 쇼핑이나 간편결제 등 돈 되는 분야로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알리페이와의 협력이 이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