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46년 KAIST 첫 동문 출신 신성철 총장 "한글·영어 공용 캠퍼스 조성해 글로벌화 추진"
“KAIST를 다른 나라 대학들이 부러워하는 글로벌 톱10에 드는 학교로 키우고 싶습니다.”

KAIST가 개교 46년 만에 첫 동문 출신 총장을 배출했다. KAIST 이사회(이사장 이장무)는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성철 물리학과 교수(65·사진)를 16대 총장에 선임했다. 신임 신 총장은 22일 임기가 끝나는 강성모 총장의 뒤를 이어 4년간 임기를 시작한다.

신 총장은 이날 오전 이사진 앞에서 한 최종 소견 발표에서 “KAIST가 세계 최고 반열의 대학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있다”며 “재임 기간에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KAIST가 세계에서 가장 어렵고,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지식 창출의 장, 융합 인재 양성의 산실이 돼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총장에 선출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KAIST 캠퍼스 글로벌화를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학교 공시정보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말 KAIST 학부 재학생 중 외국인 학생은 10%에도 못 미친다. 신 총장은 “학교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외국인 교수와 학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야 한다”며 “외국인 교원과 학생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한글과 영어를 모두 쓰는 이중언어 캠퍼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학부에 무학과 과정을 도입하고 세계적 융복합 연구그룹 10개를 육성하겠다는 다섯 가지 혁신 방안도 내놨다.

그는 첫 동문 출신 총장이면서 13년 만에 KAIST 내부에서 뽑힌 총장이기도 하다. 신 총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1977년 당시엔 대학원 과정만 있던 KAIST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웨스턴대에서 재료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스트먼코닥연구소를 거쳤다. 1989년 KAIST 물리학과로 돌아와 줄곧 후배들을 가르쳤다. 2011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초대 총장을 맡아 학교를 잠시 떠나면서도 다시 학교로 돌아오겠다며 교수직을 유지했다. 그는 2004년부터 세 차례나 KAIST 총장 선거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로버트 러플린 전 총장과 서남표 전 총장, 강성모 총장 등 해외파 후보에게 밀려 쓴잔을 마셔야 했다. 나노자성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지난해 대통령 과학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도 지냈다.

신 총장은 “첫 동문 출신 총장이라 더욱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총장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발표한 계획을 차분하고 착실하게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