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주요 경영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첫 사례가 됐다.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 회장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 3대에 이르는 동안 여러 번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구속까지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은 각종 인사, 채용 등 연례 일정을 미뤄왔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업구조 개편, 인수·합병(M&A) 등 각종 경영현안도 상당부분 꼬일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선, 사실상 정지상태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써는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사실상 중단 상태가 됐다.

삼성그룹은 비주력 사업이었던 방위산업·석유화학 부문을 두 차례에 걸친 빅딜을 통해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했다.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사업 등 새로운 영역에 집중했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역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부터 약 3년간 15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를 비롯해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등을 사들였다.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의 경우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를 들여 인수하기로 하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 집행한 비용은 27조원 이상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임직원 인사 12월부터 연기, 공채계획도 미정

뿐만 아니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미뤄왔던 일정들도 하염없이 밀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말부터 각종 인사, 채용 등 연례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다.

매년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한 후 순차적으로 임원, 직원 인사를 했었다. 하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2017년 투자 계획 또한 내놓지 못했다. 때문에 상반기 채용 계획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작년 스타트업 문화를 조직에 이식하겠다며 선포한 '컬처 혁신'에 따른 인사개편안이 3월 1일부터 시행한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님' 등 수평적 호칭을 도입하게 된다.

매년 3월 중순에 시작했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계획도 불투명하다. 삼성은 매년 1만명 이상을 뽑아 '삼성 고시'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등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의 채용 연기는 주요 계열사와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무혐의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다른 문제는 논의선상에 올리지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전문경영인들이 각자 위치에서 책임경영에 매진할 것이라는 게 삼성그룹의 입장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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