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수백 차례에 걸쳐 차명 휴대폰으로 통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5일 브리핑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차명폰 두 대를 확인했다”며 “2016년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570여회 통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특히 최순실이 독일로 출국한 2016년 9월3일~10월30일에 127회 통화했다”며 “(통화내역 등) 차명폰 관련 내용은 연관된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차명폰을 개통해 최씨와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차명폰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통화 내역을 확보했으며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 번호로 통화했다는 의혹은 “확인할 부분을 충분히 확인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 심리로 열린 ‘압수수색·검증영장집행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에서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폰으로 수백 차례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김대현 변호사는 “차명폰이 청와대에 보관된 것이 확실해진 상황”이라며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 대리인은 “압수수색이 늦어진다고 해서 특검이 처벌받는 것도 아니고, 대면조사도 있고 다른 형식으로 집행할 수도 있다”며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측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압수 대상에 휴대폰은 제외된 것’이란 주장과 ‘당초 특검팀은 행정소송 당사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