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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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면 주는 기내식. 장난감 같아 보이는 식판에 주는 이 음식은 소소하지만 비행기를 타는 큰 즐거움 중 하나죠.

주 메뉴에 곁들여지는 갖가지 음료와 술도 빼놓을 수 없고요. 하늘 위에서 마시는 와인 또는 맥주 한 잔은 얼마나 근사한가요.

이 지점에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비행기에서 혹 '소주'를 마셔본 적 있나요. 맥주와 와인, 위스키, 보드카까지 종류별로 다 있는 기내 술 메뉴에서 소주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도 말이죠.

◆ '소주'는 취객 나올 가능성 높다고?

지난해 기준 국내 주류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소주는 이 중 28%인 1조7000억원 어치를 차지하고 있죠. 맥주(44%)보다 비중은 적지만 한국 하면 떠오르는 술은 역시 소주 아닌가요.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내에서 소주를 마실 수 있는 항공사는 애경그룹 계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뿐입니다. 단 돈을 내고 사서 마셔야죠.

제주항공은 2015년 3월부터 국제선에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한 쿨' 파우치(220ml)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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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기내에서 소주를 판매한 첫 번째 항공사는 아닙니다.

에어아시아는 2011년부터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시'를 판매했죠.

하지만 에어아시아는 아쉽게도 2015년부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소주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기내식에 소주를 포함하고 있는 항공사는 현재 전혀 없습니다.

항공사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취한 승객이 나올 가능성이 다른 주류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 2015년 제주항공이 소주 판매를 시작했을 때 경쟁사들은 입을 모아 "취객 관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소주는 냄새가 심하고 취객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제주항공 측은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합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인 1팩으로 소주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며 "소주로 인해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저가' 이미지 꺼리는 속내 있나

맥주나 와인에 비해 냄새가 심해 항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항공사들이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소주와 비슷한 향이 나는 보드카는 제공 중인 걸 감안하면 이 역시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는 않죠.

업계 일각에서는 소주가 가진 '저가' 이미지를 항공업계가 꺼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서비스 고급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저가 주류, '서민의 술'인 소주가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죠.

주류업계에서는 '한국'하면 떠오르는 술인 소주를 국내 항공사에서 전혀 서비스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소주가 '저급 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판매하지 않는다면 고급 증류식 소주라도 도입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주항공이 아닌 다른 항공사 기내에서 소주를 만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항공사로서는 비행기 안에서 주류 관련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 굳이 소주까지 제공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어서죠.

더욱이 기내 소주 제공과 관련해서는 승객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립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외국인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술을 소개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죠.

애초에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고도 몰상식·무개념을 일삼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람의 문제이지 소주냐 아니냐 '술'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입니다.

반면 소주의 경우 워낙 즐기는 사람이 많은만큼 기내에서 통제가 잘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맥주와 소주를 각각 시켜 '소맥'을 만드는 승객도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죠.

한 항공업계 기내식 담당자의 설명으로 마무리 합니다.

"기내식의 주류 제공 서비스는 원래 서양에서 요리와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는 관습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다양한 국적의 승객이 탑승하는 항공기 특성상 기내 주류는 전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종류로 선택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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