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본부 '풍비박산', 특검·전주 이전 겹쳐…핵심 인력 27명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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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명꼴 '사표' 꺼내는 국민연금 운용역들
실·팀장급 핵심인력 이탈 심각
10명 중 7명, 보직 1년도 안돼
"또 나갈라"…후속인사 어려워
이주비 지원으론 이직 못 막아
기금 중장기 수익률 하락 우려
실·팀장급 핵심인력 이탈 심각
10명 중 7명, 보직 1년도 안돼
"또 나갈라"…후속인사 어려워
이주비 지원으론 이직 못 막아
기금 중장기 수익률 하락 우려
국민 노후자금 55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강도 높은 수사로 정상적 업무가 어려워진 가운데 오는 25일 전북 전주시 이전을 앞두고 핵심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사기 저하에 무더기 사표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막중한 역할과 최고 엘리트가 모이는 집단의 성격상 빈자리를 함부로 채우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실장과 해외증권실장이 이달 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사의를 밝힌 기금운용본부 소속 운용역(실·팀장 포함)은 27명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그만둔 운용역(30명)에 버금간다.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이직했거나 이직을 앞둔 운용역이 57명에 이르는 것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 전체 운용역은 223명으로 정부에서 인가받은 정원(260명)보다 37명이 모자란다.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요즘 운용역이 하루 한 명꼴로 사무실을 찾아와 그만두겠다고 한다”며 “당장 시장에서 적임자를 뽑기가 어려운 데다 이직이 멈출 것 같지도 않아 후속 인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 본부장은 특히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주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기금운용본부는 7개실과 1개 센터 등 8개의 실장급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8개월여간 회사를 그만둔 실장급 이상 운용역이 총 6명으로 전체의 75%에 달한다. 팀장급 이상 핵심 운용역 중 보직기간 재임 1년 미만 운용역은 총 23명으로 전체 34명(운용지원실 제외)의 67.6%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현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는 “핵심 운용역 이탈은 중장기 기금 운용 수익률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이라며 “민간 운용회사라면 책임자를 엄히 문책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보유 자산은 550조원으로 운용 수익률이 1%만 하락해도 5조5000억원의 수익이 사라진다. 2009년 10.29%에 달했던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2015년 4.57%로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찬성 결정을 놓고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운용역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한 실장과 팀장들이 출국금지와 함께 줄줄이 특검에 불려다니는 것을 보면서 실무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결정 판단으로도 언제든 검찰에 불려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다.
기금운용본부 핵심 인력의 무더기 이탈을 바라보는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기는 2013년 6월 말. 전주 이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할 시간이 3년6개월이나 있었지만 정부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이 보고한 ‘운용역 사기진작책 및 이주 지원을 위한 세부계획’이 불충분하다며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주요 내용은 △성과급 지급률 개편 △주말 통근버스·2년간 이주비 지원 △주 1회 지방 이전 소식지 발간 등이다. 하지만 당시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이주비 지원, 소식지 발간 등으로 현재 연봉의 최소 두 배 이상을 받고 이직하는 투자전문가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을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 적용에서 배제하거나 기금운용본부를 법인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것마저도 기획재정부나 국회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기 충원을 조속히 추진하고 신입 운용역 교육을 충실히 하는 방안 외에 내놓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 사무실 확보나 부(副)CIO 도입과 같은 조직 개편 등 정부가 자체 추진할 수 있는 사안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좌동욱/심성미 기자 leftking@hankyung.com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실장과 해외증권실장이 이달 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사의를 밝힌 기금운용본부 소속 운용역(실·팀장 포함)은 27명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그만둔 운용역(30명)에 버금간다.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이직했거나 이직을 앞둔 운용역이 57명에 이르는 것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 전체 운용역은 223명으로 정부에서 인가받은 정원(260명)보다 37명이 모자란다.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요즘 운용역이 하루 한 명꼴로 사무실을 찾아와 그만두겠다고 한다”며 “당장 시장에서 적임자를 뽑기가 어려운 데다 이직이 멈출 것 같지도 않아 후속 인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 본부장은 특히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주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기금운용본부는 7개실과 1개 센터 등 8개의 실장급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8개월여간 회사를 그만둔 실장급 이상 운용역이 총 6명으로 전체의 75%에 달한다. 팀장급 이상 핵심 운용역 중 보직기간 재임 1년 미만 운용역은 총 23명으로 전체 34명(운용지원실 제외)의 67.6%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현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는 “핵심 운용역 이탈은 중장기 기금 운용 수익률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이라며 “민간 운용회사라면 책임자를 엄히 문책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보유 자산은 550조원으로 운용 수익률이 1%만 하락해도 5조5000억원의 수익이 사라진다. 2009년 10.29%에 달했던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2015년 4.57%로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찬성 결정을 놓고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운용역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한 실장과 팀장들이 출국금지와 함께 줄줄이 특검에 불려다니는 것을 보면서 실무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결정 판단으로도 언제든 검찰에 불려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다.
기금운용본부 핵심 인력의 무더기 이탈을 바라보는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기는 2013년 6월 말. 전주 이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할 시간이 3년6개월이나 있었지만 정부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이 보고한 ‘운용역 사기진작책 및 이주 지원을 위한 세부계획’이 불충분하다며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주요 내용은 △성과급 지급률 개편 △주말 통근버스·2년간 이주비 지원 △주 1회 지방 이전 소식지 발간 등이다. 하지만 당시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이주비 지원, 소식지 발간 등으로 현재 연봉의 최소 두 배 이상을 받고 이직하는 투자전문가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을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 적용에서 배제하거나 기금운용본부를 법인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것마저도 기획재정부나 국회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기 충원을 조속히 추진하고 신입 운용역 교육을 충실히 하는 방안 외에 내놓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 사무실 확보나 부(副)CIO 도입과 같은 조직 개편 등 정부가 자체 추진할 수 있는 사안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좌동욱/심성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