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반등…ELS·펀드 투자자들 '화색'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한 주식형 펀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1년 만에 30% 이상 뛰어오르는 등 증시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되는 주가연계증권(ELS)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2년 이상 묵은 상품이 줄줄이 조기 상환되면서 새 상품으로의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년 반 만에 최고치 경신

H지수는 지난 10일 50.04포인트(0.5%) 오른 10,125.21에 장을 마쳤다. 2015년 11월25일(10,029.43) 이후 최고치다. 지수 상승에 발맞춰 H주 펀드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펀드 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95개 H주 펀드의 수익률은 연 -4.57%. 올 들어서는 6.58%로 화려하게 반전했다.

ELS 투자자들도 화색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8거래일 동안 조기 상환된 ELS는 3조1005억원어치다. 2월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4조4543억원)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이 조기 상환됐다. H지수가 11,000~14,000선이던 2015년과 지난해 초에 설정된 ELS 상품에 묶여있던 자금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ELS는 3년 만기 상품으로 6개월마다 한 번씩 조기 상환 기회를 준다. 2년이 지나면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계약 시점의 80% 안팎만 돼도 원리금을 되찾을 수 있다.

조기 상환된 ELS 자금 중 절반 이상은 H지수 연계 ELS로 재투자되고 있다. H지수는 2년 전 고점에 비하면 30%가량 여유가 있고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다는 증권사들의 설명이 투자자에게 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가격도 싸고 수급도 좋아

전문가들은 H주의 가장 큰 매력을 중국 시장에 비해 저렴한 주가라고 설명한다. 홍콩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인 데 비해 상하이증시는 16.3배다. 두 시장에 동시 상장된 종목도 상하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된다. 똑같은 상품은 결국 가격이 같아진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 법칙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수급이다. 최근 중국 본토에서 나온 자금이 홍콩 증시로 유입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환율조작국 이슈 등 위안화 약세를 예상하는 중국 자금이 홍콩 주식을 사들인다는 얘기다. 홍콩달러는 미국달러와 교환 비율이 고정돼 있다. 달러 강세장에서 홍콩 주식을 사면 자연스레 위안화 약세를 헤지(위험 회피)하는 효과가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팀 연구원은 “중국은 외환 유출 규제가 심하지만 홍콩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며 “중국인 자금이 홍콩 시장으로 흘러들어 수급이 개선되는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올 들어 홍콩 시장에 투자한 중국 자금은 261억위안(약 4조3800억원). 2014년 11월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이 시작된 이후 매입액이 3500억위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내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H지수가 11,000~12,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짧게 보더라도 3월3일부터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는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현진/송형석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