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는 여러 관점 이해해야 어떤 사회로 나아갈지 판단 가능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머스 소웰 지음 / 정명진 옮김 / 부글


사상을 다루는 지식인의 빛과 그림자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정치가나 교수, 언론인 등과 같이 사상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모두 아홉 장으로 구성된 책은 지성과 지식인들, 지식과 개념, 지식인과 경제학, 지식인과 사회적 비전, 미디어와 학계가 선택하는 현실, 지식인과 법, 지식인과 전쟁, 역사의 반복, 지식인과 사회로 구성된다.
태생적으로 지식인들에겐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똑똑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갖고 있는 지식에 맡겨두기보다는 자신들의 특별한 지식에 따라 사회를 개조해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 결과 수많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아직도 한반도의 반쪽은 그런 고통의 신음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능에서 판단력을 뺀 것이 지성이고, 지혜는 지성과 지식, 경험, 판단력을 결합시키며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식인이 지능을 제외하면 지성과 지혜라는 면에서 일반 사람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인의 지적 우월감이나 자만감은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와 우파의 갈등은 결국 세계관의 갈등이다. 좌파의 세계관은 신성한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고, 우파의 세계관은 비극적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상반된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어떤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가르쳐 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정치의 계절과 함께 얼치기 지식인들의 주장이 난무하는 이 나라를 보면서 이런 책에 단 몇 시간만 투자하더라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사회과학 서적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