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이 보수정권보다 경제를 더 잘 챙긴다’는 등식은 맞을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대학생·청년 지지모임 출범식에 참석해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증가율, 수출 증가율, 외환보유액 증가율, 고용률, 실업률, 가계부채, 주가지수까지 모든 것을 비교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성적이 월등히 나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권인) 우리가 경제성장도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 발언의 허와 실을 따져봤다.

◆단순 성장률은 높지만…

각 정권의 경제성장률을 단순 비교해보면 이른바 ‘진보정권’의 성적표가 더 낫다. 김대중 정부(1998~2002년)와 노무현 정부(2003~2007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단순 평균치)은 각각 5.3%, 4.5%로 이명박 정부(2008~2012년·3.2%)와 박근혜 정부(2013~2016년·2.9%)를 월등히 앞선다. 수출 실적 역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압도했다. 노무현 정부 평균 수출 증가율은 18.2%에 달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각각 9.1%, -2.4%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15년 9년 만에 감소세(-2.6%)로 돌아섰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출발했다. 집권 첫해 마이너스(-5.5%) 성장에서 시작했지만 그 다음해 기저효과로 11.3%라는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률은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잠재성장률 하락 등을 이유로 저성장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순비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성장률과 비교하면 노무현 정부(4.5%)는 오히려 세계경제 성장률(5.1%)보다 못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3.2%)는 비슷한 수준을, 박근혜 정부(2.9%)는 세계 성장률(3.3%)을 소폭 밑돌았다.

외환보유액 역시 외환위기 직후 바닥에서 시작해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증가율이 2000년 초까지 급증했다. 주가 상승률도 외환위기에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데다 정보기술(IT) 붐이 일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가 더 높았다.

◆불평등 지수는 더 개선

문 전 대표가 언급한 수치 중 틀린 것도 있다. 고용률이 그렇다.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서 고용률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의 단순 평균 고용률은 60.1%를 기록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60.4%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하락 추세다.

문 전 대표가 언급하지 않은 수치도 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값이 커질수록 소득분배 불평등이 심화)가 그것으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평균 0.279이던 지니계수는 노무현 정부 기간 중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7년 0.292까지 치솟았다. 2009년 최고치(0.295)를 찍은 지니계수는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2015년 0.269를 기록했다.

중산층(중위소득 50% 초과~150% 미만 비율) 비율 역시 노무현 정부 집권 3년차부터 하락해 정권 말기엔 67.0%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중반부터 다시 상승한 중산층 비율은 2015년 72.6%로 나타났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기 소득 불평등도가 커진 건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제조업 역시 노동집약적 체제에서 기술집약적 체제로 급격하게 바뀌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지표에는 국내 요인 못지않게 대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며 “단순 수치로 진보정권이나 보수정권이 경제를 더 잘 챙긴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