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숱도 빈익빈 부익부인가 봅니다.” 5년째 탈모로 고민 중인 취업준비생(취준생) 배모씨(28)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배씨는 한때 탈모 치료제를 두 달 넘게 복용했지만 한 달에 7만원가량인 비용이 부담돼 지금은 끊었다. 그는 “학원비나 토익시험 응시료 등 집에 손 벌릴 일이 많은데 부모님께 탈모 얘기까지 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탈모로 고민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원형 탈모증 환자 16만3785명 중 20~30대가 7만1330명(43.5%)이었다. 이 가운데 20대는 3만1073명으로 2012년(2만8896명)에 비해 7.5% 늘었다.

탈모로 고생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에 있다. 배씨는 “탈모 때문에 취업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며 “이력서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 보니 ‘탈모 환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연애나 결혼이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탈모는 여성 회원이 가장 기피하는 특징 중 하나”라고 전했다. 탈모 치료 및 예방을 위해 약을 먹는 20·30대가 늘어나는 이유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씨(28)는 3년 전 취업 스트레스로 머리가 갑자기 빠져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숱이 많은데도 예방 차원에서 약을 먹는 친구들이 10명은 된다”고 말했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청년들은 모발 이식 수술을 받으러 ‘해외 원정’에 나서기도 한다. 국내 시술 비용은 평균 700만원(3000모 기준)인 데 비해 모발 이식 시술로 유명한 터키에서는 왕복 항공료(약 120만원)을 포함해 400만원 남짓이면 되기 때문이다. 터키 모발 이식 중개업체 관계자는 “최근 4년간 터키에서 모발 이식 시술을 받은 한국인은 1000명 이상”이라고 했다.

문제는 주머니가 가벼운 취준생에겐 탈모 치료 비용이 큰 부담이라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승인한 약은 먹는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미녹시딜 두 개뿐이다. 프로페시아는 처방비까지 해서 한 달 평균 7만원이 든다. 복제약을 사더라도 월 5만원은 필요하다. 보험을 적용받기도 쉽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노화로 인한 탈모가 아닌 병적인 탈모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경우’만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약값이 비싸다 보니 비교적 싼 기능성 샴푸 등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한모발학회는 탈모 방지 샴푸 등 약을 제외한 탈모 관련 시장이 지난 한 해에만 4조원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서울 신촌의 한 피부과 원장은 “민간요법 등으로 탈모를 관리하려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며 “건강기능식품이나 기능성 샴푸 등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