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3일 양일간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방한은 취임 후 첫 방문국을 한국으로 정했다는 점에서부터 화제였다. 주요국 대통령이나 관료, 심지어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조차 아시아에 오면 일본부터 방문하고 다음으로 한국을 찾는 게 상례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었다.

매티스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논란이 돼온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조기배치에 의견을 모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동에서는 “미국의 확고한 대한국 방위 공약은 100%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동맹 약화 우려를 불식하고 굳건한 공조의지를 다진 셈이다.

트럼프는 유세 중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한국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이 방위비를 아낄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 걱정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매티스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위협과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굳건한 동맹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매티스가 이번에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국내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중국 일본과의 관계도 모두 소원해져 동아시아에서 외교적 고립을 겪고 있는 한국을 배려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취임 후 중국은 물론 일본 독일까지 싸잡아 태클을 걸고 있는 트럼프가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공격 화살을 돌리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황교안 총리와의 통화에서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물론 환율이나 한·미 FTA 등을 언젠가는 거론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미국이 한·미 동맹을 그 어느 때보다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으로서는 무척 다행이다. 사드와 관련, 소모적 논쟁으로 이런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