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수지(수출-수입)가 대규모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내용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며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많다.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新)행정부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품수지 흑자는 1204억5000만달러로 2년 연속 1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자동차업계 파업 등 악재에도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지난해 상품 수출은 5117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1980년 국제수지 통계 기준이 변경된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인한 교역량 감소와 유가 하락 등이 감소세의 주요인이다. 수입은 3913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7.0% 줄었다. 수출보다 감소폭이 더 크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는 호황기 흑자 구조와는 성격이 다르다.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월간 단위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선진국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등을 합친 경상수지는 사상 두 번째 규모의 흑자를 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에 ‘양날의 칼’이다. 소규모 개방 국가인 한국에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환율조작국 지정’을 예고한 가운데 1000억달러에 육박한 흑자 규모는 부담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2015년 기준)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7% 수준이다.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환율조작국의 경상수지 흑자 조건(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 3% 이상)을 훌쩍 넘어선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가 상승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81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산 원자재 수입 확대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