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민주 경선, 역동성 살려달라"…당 잔류 우회 요청

야권 중심의 제3지대 구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의 합류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민주당이 김 전 대표 붙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 당에서 궤도이탈할 경우 제3지대의 소용돌이가 커지면서 원심력이 강해지는 등 대선판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로 일단 정권교체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판단하는 민주당으로선 '변수 최소화','현상유지'를 희망하는 만큼, 김 전 대표의 거취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제3지대론의 축으로 거론되며 '경계지대'에 있는 김 전 대표의 거취는 정치판을 흔드는 중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김 전 대표의 비대위원장 시절 지도부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우회적으로 김 전 대표가 경선의 역동성을 살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3일 전화통화에서 "사실상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원하며 당에 남아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로는 정권교체를 하기 어려우며 친문 패권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주변에 계속 이야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도 최근 안 지사를 만나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등 안 지사를 주목해왔다.

김 전 대표가 비문 진영의 상징적 좌장격이 된 상황에서 당에 남아 안 지사를 측면지원한다면 경선 구도가 친문 대 비문 구도 성격이 선명해지면서 경선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된다.

우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일부 민주당 중진들도 김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주당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설득에 나설 지도 주목된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탈당을 만류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할 경우에는 중도·보수층을 끌어안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제3지대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 출마 깃발을 들고 독자세력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대중적 지지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 아닌 데다, 제3지대가 국민의당 주도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50대가 돌풍을 일으키거나 아예 경륜이 있는 사람이 (국정을) 맡는 게 낫다"는 취지의 말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의 통합 및 연대 논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당도 김 전 대표의 탈당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흔들리고 제3지대의 몸집이 커지면, 국민의당이 대선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국민의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의 대결에서 승산을 높일 수 있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반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국민의당 김영환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가 당을 나와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지 않고 가능성이나 개연성이 크지 않다"면서 "김 전 대표와 함께 탈당을 감행할 의원들이 있겠는가.

그런 분들이 있었다면 지난 총선 때 나와 민주당이 해체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