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 프리미엄 전략폰 갤럭시S8의 배터리 공급업체를 전격 교체했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를 일으킨 중국 ATL사 대신 일본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4월 출시할 갤럭시S8에 들어가는 리튬폴리머배터리를 삼성SDI와 일본 무라타제작소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무라타제작소는 지난해 6월 소니의 배터리사업을 인수한 회사다. 지난해 7조원의 손실을 낸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이후 삼성전자의 배터리 협력사가 중국 업체에서 일본 업체로 바뀌게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배터리업체를 교체한 것은 제품 단종까지 이어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배터리 결함이라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당시 삼성은 ATL의 배터리가 비정상 융착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등으로 인해 화재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LG화학 배터리가 갤럭시S8에 장착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품질이 좋은 업체라면 어디든 부품을 공급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LG화학 배터리가 당장 갤럭시S8에 들어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납품처에 변화를 주면서 세계 소형 배터리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세계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는 약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LG화학 파나소닉 ATL 등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최신 스마트폰에 확대 적용되고 있는 일체형 배터리(리튬 폴리머 배터리) 분야에서는 ATL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ATL은 세계 최대 리튬 폴리머 배터리 생산업체다. 애플 아이폰7에도 관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전자가 분리형 배터리를 고집하면서 일체형 배터리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삼성SDI도 실적 발표를 통해 “중국 업체들이 지난 수년간 폴리머 전지에 집중해 우리가 경쟁 우위를 가지지 못한 상태”라고 인정한 바 있다.

갤럭시S8의 흥행 여부에 따라 상황은 뒤바뀔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8에 들어가는 삼성SDI의 폴리머 배터리 공급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S8 전체 수량 중 삼성SDI와 무라타제작소가 약 8 대 2 비율로 제품을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갤럭시노트7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이 70%, 중국 ATL 제품이 30%씩 사용됐다.

ATL, 리셴 등 중국 업체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일본 업체들의 재도약 여부도 관심사다. 부진에 빠진 소니는 지난해 배터리사업 부문을 부품기업 무라타제작소에 매각했다. 소니는 PC나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품화했지만 애플, 삼성전자 등에 외면받으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일 업체의 배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