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김해숙 강하늘 정우 /사진=변성현 기자
'재심' 김해숙 강하늘 정우 /사진=변성현 기자
실화 영화의 힘을 증명할 신작 영화가 관객 맞이를 앞두고 있다.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김태윤 감독의 영화 '재심'이다.

이 영화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바뀌고 10년간 억울하게 복역한 청년 현우(강하늘)와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준영(정우)의 이야기다.

2000년 전라북도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실제 피의자 최 군이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의 도움으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재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우리 영화가 사회 고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다뤘다면 고발성을 띄었을 텐데 영화를 만드는 동안 이 사건은 이미 유명해졌다"라며 "'극영화'가 사회고발 기능을 하냐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재심'은 휴머니즘 장르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재심'은 극영화다. 팩트와 허구의 수위를 적당한 선에서 넘나들었다. 억지스럽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도 없었다.

특히 주연 배우 정우, 강하늘 그리고 현우 엄마 역의 김해숙은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돕는다.

김태윤 감독은 "극화는 안전한 현실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모호하다"라며 "소년 최 군이 10년간 복역하고,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형사, 판검사를 찾아가 해코지라도 하고 싶다고 울면서 얘기하는 모습을 모고 영화화를 결심했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당시 피의자 최 군을 만난 날을 떠올렸다. 그는 "'정말 살인범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겁을 먹게 되더라. 일반인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친한 동생이 됐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해나 편견을 받쳐낼 수 있는 연기자를 찾았다. 그리고 후반부에 자신의 응어리를 풀면서 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했다. 영화 '동주'를 보고 강하늘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받기 전 미디어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대중들과 함께 분노했던 사건이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볼 정도"라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은 후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마음이 들더라. 이야기가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재심' 김태윤 감독, 강하늘, 김해숙, 정우, 이동휘, 한재영 /사진=변성현 기자
'재심' 김태윤 감독, 강하늘, 김해숙, 정우, 이동휘, 한재영 /사진=변성현 기자
'재심' 속 정우가 연기한 변호사 준영은 우리가 생각해왔던 변호사와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정우는 "실제 당사자인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다. 친근하고 유머가 있더라"라며 "다른 느낌의 캐릭터라 연기할 때 흥미롭고 재밌었다"라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김태윤 감독은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약자를 변호하는 정의로운 변호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보면 많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시작은 비호감일 수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안티히어로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밉지 않고 진심을 드러낼 수 있는 연기자를 찾다가 정우에게 역할이 가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김해숙은 시각 장애인 설정의 엄마 순임을 연기하면서 묵직하게 드라마를 끌고 간다.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에서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수많은 '엄마' 역할을 했음에도 김해숙이 장애인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아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기 때문에 신체적 장애보다 마음에 큰 장애가 있는 캐릭터"라며 "장애에 포커스를 두면 연기하는데 덫이 될까 봐 큰 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실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강한 울림을 가진다. 이미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흥행은 보장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큰 약점이 있다. 현실이 이미 '스포일러'라는 점이다. 김태윤 감독은 이스터에그(감춰진 메시지)를 영화 곳곳에 숨기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희망이란, 언제나 절망의 끝에 있는 법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재심'은 오는 16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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