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합쳐 정권교체"…정계개편 국면서 1당 존재감 부각하며 주도권 잡기
2월국회 재벌·검찰·언론 3대 개혁…"구체제 적폐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외교 관리모드, 위안부 협상 차기정부로"…"김혜수가 종북 좌빨이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권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야권 통합은 우 원내대표가 평소 강조해온 소신이지만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정계개편 움직임이 감지되는 현 시점에서는 정치적 함의가 각별해 보인다.

국민의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의 명분을 약화시키면서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 원내대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과제를 제시, 제1당의 원내수장으로서 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제와 결별하고 국가를 개조하는 데 앞장서 대안정당·수권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우 원내대표는 '개혁'이라는 단어를 18번,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23번 언급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 의지를 내비쳤고, '최순실'의 이름도 17번 얘기하며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경제'도 15번, '민생'도 8번 거론했다.

◇ 야권통합 제안하며 조기대선 정조준 = 우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치면 정권교체가 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정권교체만 될 수 있다면 뭘 못하겠나"라고 국민의당에 통합을 제안했다.

우 원내대표는 "4당체제는 과도기적 체제이며, 개혁도 개헌도 불가능하다"면서 "국민의당을 흔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대한 꿈을 실현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패권주의 문제라면 지금 상황에서 얼마든 해결이 가능하다"며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연립정부 협상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평소에도 "야권이 힘을 합쳐 정권을 교체, 1987년 대선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날도 "87년 항쟁 30주년이지만, 민주주의는 더 후퇴했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 등이 피와 눈물로 이뤄낸 헌정질서가 유린됐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듭시다"라며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국민의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움직임으로 야권 분열이 심해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구상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제3지대의 움직임은 여전히 민주당에 위협적일 수 있다.

이런 시점에 선제적으로 통합을 공개 제안하면서 제3지대의 명분을 빼앗고 안정적으로 대선정국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우 원내대표의 구상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에서 최근 '탈당자 1년 복당금지' 당헌당규에 예외를 적용, 탈당자들의 대규모 복당을 추진하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현행 규정상 탈당자는 1년간 당에 돌아올 수 없지만 당에서는 특별히 예외기간을 둬 5만명 이상의 당원을 일시에 복당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제3지대의 명분을 차단하고 힘을 합쳐 정권교체에 나서자는 것을 강조하면서 '지지율 1위' 정당의 입지를 단단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사회전반 개혁과제 제시…2월 입법 드라이브 예고 = 우 원내대표는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로 '재벌·검찰·언론' 3대 개혁을 꼽았다.

우 원내대표는 "재벌, 검찰, 언론의 부패한 결탁을 청산하고, 민주적 감시와 견제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2월 국회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선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상법개정안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안 등을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벤츠, 그랜저, 스폰서' 등이 대한민국 검사 앞에 붙는 수식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 무소불위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박영수 특검의 상설화"라고 밝혔다.

언론개혁 부문에서는 "중립적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으로 선임해야 하고,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 '정권나팔수 방송'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입법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소득향상 3법' 처리에 앞장서겠다.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 생활비 절감법 등도 추진하고 건보료 부과체계도 개선하겠다. '죽은채권 금지법'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 구제책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사회개혁 입법도 필요하다"며 "국정교과서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며, 세월호 특조위 2기 구성을 위한 법안도 추진하겠다.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서도 특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 내에 성과연봉제 관련 논의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5·18 민주화 운동 특별법 개정을 강조하면서 "올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18세로 선거연령을 인하하는 선거법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역설했다.

개헌논의에 대해서도 "개헌특위에서 당내 이견을 좁혀 다음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가 가능토록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조기대선 국면에서는 주변국과의 갈등 이슈를 슬기롭게 관리하는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재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배치를 두고도 "균형외교 기조 하에 차기 정권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이게 나라냐" 구체제 결별…빈부격차 해소·한반도 평화 강조 = 우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최순실의 나라였다"며 "이게 나라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보수 집권 10년은 총체적 실패 그 자체다. 민생은 무너지고 민심은 파탄지경"이라며 "보수적폐 10년, 정권교체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야 한다"고 정권교체를 거듭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부채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빈부격차는 국가 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냉·온탕을 오가는 시계추 외교 끝에 한중관계도 수교 이래 최악이 되는 등 외교 안보도 파탄났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라인도 확보하지 못했다. 글자 그대로 첩첩산중, 사면초가"라고 비판했다.

또 "고은, 한강, 송강호, 김혜수 등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김혜수가 '종북좌빨'이냐. 이야말로 민주주의 붕괴의 실상"이라며 "이렇게 엉망으로 국가를 운영한 집단에 나라의 운명을 5년 더 맡겨야 하나"리고 꼬집었다.

우 원내대표는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소득격차 완화와 공정조세 실현, 촘촘한 복지망을 통해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재벌과 특권층에 대한 공정과세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교류를 봉쇄하는 것은 어리석은 방향이다. 비정치적 분야 교류를 재개하고 경제협력의 틀도 가동해야 한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정경분리로 중국과 수교한 데서 배워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대선은 어느 당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라며 "민주당은 빈부격차 해소와 한반도 평화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