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 "가성비 골프요?…제자리걸음 하면서 스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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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학 교수서'쉬운 골프'연구가 변신한 배창효 씨
미국서 박사 받고 고향 돌아와 대학강사·피팅전문가 1인 2역
스윙이론 빠져 교수생활 접고 자신만의 '걸음걸이 스윙' 개발
프로 골퍼들도 SNS 팔로어
다리·하체 단단히 잡으라고?
백스윙·다운스윙 시작 때 양발 뒤꿈치 '뗐다, 디뎠다'
양발·양손이 대각선으로 철사장 훈련하듯 X자 운동
헤드업 잡고 체중이동 해결
미국서 박사 받고 고향 돌아와 대학강사·피팅전문가 1인 2역
스윙이론 빠져 교수생활 접고 자신만의 '걸음걸이 스윙' 개발
프로 골퍼들도 SNS 팔로어
다리·하체 단단히 잡으라고?
백스윙·다운스윙 시작 때 양발 뒤꿈치 '뗐다, 디뎠다'
양발·양손이 대각선으로 철사장 훈련하듯 X자 운동
헤드업 잡고 체중이동 해결
골프는 골퍼의 성격과 인생을 닮는다고 합니다. 행복과 고통, 도전, 성취감 같은 복잡다단한 삶의 프리즘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골프를 통해 삶의 새 지평을 개척한 이들을 소개하는 ‘골프&라이프’를 새해 맞이로 시작합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독자의 골프 라이프를 가다듬는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가성비 좋은 골프훈련은 분명히 있어요. 방법을 모를 뿐이죠.”
골프를 쉽고 빨리 익히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골퍼의 공통 화두인 이 질문에 골프 연구가 배창효 씨(52·사진)는 “그렇다”고 단언했다. 물론 부단한 연습은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목적지에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 일종의 ‘고효율 골프’는 분명 있다는 얘기다. 원리 이해가 그중 첫 번째다. 그는 “클럽을 잡는 순간부터 첫 단추를 끼우듯 샷의 미래가 잉태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공을 때리기 전 관절을 구부려 자세를 갖추는 셋업과 클럽 페이스를 공 뒤에 가져다 대는 어드레스에서 목표한 샷의 80~90%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의 스윙이론은 양발, 양손 등 사지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걸음걸이 스윙론(論)’에서 절정을 이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효험을 봤다”는 팔로어들의 글이 빼곡하다. 팔로어는 유명 투어 프로부터 주말골퍼,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특이한 것은 그가 스포츠 전공자나 프로골퍼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도 출신이다.
◆경제학도에서 골프 연구자로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재학 시절 골프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30년째다.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미국 애들이랑 어울리다가 별 재미 없이 골프를 시작했어요. 판판이 지고, 잘 안 맞으니까 연구를 했죠.”
‘나는 왜 저들처럼 잘 못칠까’라는 의문이 출발점이었다. 처음엔 클럽 탓이려니 했다. 그래서 피팅에 관심이 꽂혔다. 헤드와 샤프트, 그립을 수백 번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최적의 클럽을 찾았다. ‘골프가 무슨 레고블록이냐?’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그러다 문득 머리를 치는 게 있었다.
“스윙 교정이 먼저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학위 공부를 하면서도 골프 이론서와 관련 논문을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파고들수록 ‘원인-결과’가 명쾌한 골프의 매력이 몸과 마음을 뒤흔들었다. 전공인 개발경제보다 골프에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박사과정 막판엔 논문을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향 대구의 본가에서 난리가 났다.
“부모님을 위해 그래도 학위는 받자는 생각이었으니까, 사실 학위는 억지로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1996년 박사학위를 손에 쥐자마자 미련 없이 한국에 돌아왔다. 낮에는 대구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밤에는 맞춤 클럽을 만들어주는 전문 피터(fitter)로 이중생활을 했다. 피팅이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박에 ‘재야 피팅 전문가’로 유명해졌다. 클럽 챔피언과 골프 유망주들이 알아서 찾아온 게 우연히 입소문을 탄 것이다. 스윙코칭을 접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운이 좋았어요. 피팅을 받으러 온 중학생 국가대표 상비군에게 스윙 조언을 해줬는데, 그게 국가대표 코치가 지적해준 것과 똑같았다는 말이 알음알음 알려졌거든요. 마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학원에 우르르 몰리듯, 골프 엘리트가 전국에서 찾아오기 시작했죠.”
10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흘렀다. 학생들은 여전히 몰렸지만 그는 기계적으로 골퍼를 찍어내는 학원처럼 변해가는 게 싫었다. “골프를 가르친다는 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가르치는 게 무서운 거구나, 나부터 더 연구해야 한다는 자각이 더 컸습니다.”
그는 요즘 하루 딱 두 명의 제자만 가르친다. 나머진 연구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제자리걸음 스윙 헤드업, 스웨이 치유 도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쉬운 골프를 완성하는 게 그의 기본 목표다. 제자리걸음에서 착안한 걸음걸이 스윙이 이를 함축한다. 핵심은 편안하게 뗐다가 디디는 양발과 아래 위로 직선운동을 하는 양팔이다. 다리와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일반 스윙법과 사뭇 다른 방식이다.
백스윙은 오른발 뒤꿈치를 2~3㎝ 정도 살짝 뗐다가 디디는 동시에 왼발 뒤꿈치를 들어주면서 시작한다. 이때 왼손, 왼팔, 왼어깨는 오른발 앞 아래쪽으로 쭉 밀어주고, 오른손과 오른팔, 오른쪽 어깨는 오른팔과 어깨를 이은 연장선 방향으로 물건을 들어올리듯 들어주면 된다는 설명이다. 소림무술의 ‘철사장 훈련’(주먹과 손날을 단련하기 위해 기마 자세로 뜨거운 모래 속에 양손을 교차하며 파묻는 훈련)을 연상케 하는 X자형 동작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양쪽 무릎을 몸통 안쪽으로 조이듯 오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역시 X자 형태다. 손과 팔, 다리가 모두 애초 셋업했을 때 가리키는 방향으로 직선운동을 하는 셈이다. 다운스윙은 왼발 뒤꿈치를 디디면서 시작한다.
그는 “헤드업, 스웨이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체중 이동도 무의식적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상체를 억지로 회전시켜 꽈배기처럼 뒤틀 필요도 없다. 제자리 스윙이나 마찬가지여서 공에 클럽 헤드가 접근하는 타점도 일정해진다.
그는 지난달 뜻이 맞는 세 명의 프로들과 함께 전문트레이닝 센터를 경기 안성 신안CC에 열었다. 쉽고 편한 골프를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배씨는 “잘못된 습관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 배창효 씨는…
▷1965년 대구 출생
▷174㎝/65㎏
▷대구 중앙초-중앙중-경신고-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박사)
▷피팅 전문스쿨 미국 골프스미스아카데미(GCA) 수료
▷1987년 골프 입문
▷1997년~ BnJ골프 운영(대구)
▷국가대표, 한국프로골프(KPGA)/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프로 다수 배출
대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가성비 좋은 골프훈련은 분명히 있어요. 방법을 모를 뿐이죠.”
골프를 쉽고 빨리 익히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골퍼의 공통 화두인 이 질문에 골프 연구가 배창효 씨(52·사진)는 “그렇다”고 단언했다. 물론 부단한 연습은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목적지에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 일종의 ‘고효율 골프’는 분명 있다는 얘기다. 원리 이해가 그중 첫 번째다. 그는 “클럽을 잡는 순간부터 첫 단추를 끼우듯 샷의 미래가 잉태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공을 때리기 전 관절을 구부려 자세를 갖추는 셋업과 클럽 페이스를 공 뒤에 가져다 대는 어드레스에서 목표한 샷의 80~90%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의 스윙이론은 양발, 양손 등 사지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걸음걸이 스윙론(論)’에서 절정을 이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효험을 봤다”는 팔로어들의 글이 빼곡하다. 팔로어는 유명 투어 프로부터 주말골퍼,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특이한 것은 그가 스포츠 전공자나 프로골퍼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도 출신이다.
◆경제학도에서 골프 연구자로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재학 시절 골프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30년째다.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미국 애들이랑 어울리다가 별 재미 없이 골프를 시작했어요. 판판이 지고, 잘 안 맞으니까 연구를 했죠.”
‘나는 왜 저들처럼 잘 못칠까’라는 의문이 출발점이었다. 처음엔 클럽 탓이려니 했다. 그래서 피팅에 관심이 꽂혔다. 헤드와 샤프트, 그립을 수백 번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최적의 클럽을 찾았다. ‘골프가 무슨 레고블록이냐?’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그러다 문득 머리를 치는 게 있었다.
“스윙 교정이 먼저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학위 공부를 하면서도 골프 이론서와 관련 논문을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파고들수록 ‘원인-결과’가 명쾌한 골프의 매력이 몸과 마음을 뒤흔들었다. 전공인 개발경제보다 골프에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박사과정 막판엔 논문을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향 대구의 본가에서 난리가 났다.
“부모님을 위해 그래도 학위는 받자는 생각이었으니까, 사실 학위는 억지로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1996년 박사학위를 손에 쥐자마자 미련 없이 한국에 돌아왔다. 낮에는 대구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밤에는 맞춤 클럽을 만들어주는 전문 피터(fitter)로 이중생활을 했다. 피팅이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박에 ‘재야 피팅 전문가’로 유명해졌다. 클럽 챔피언과 골프 유망주들이 알아서 찾아온 게 우연히 입소문을 탄 것이다. 스윙코칭을 접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운이 좋았어요. 피팅을 받으러 온 중학생 국가대표 상비군에게 스윙 조언을 해줬는데, 그게 국가대표 코치가 지적해준 것과 똑같았다는 말이 알음알음 알려졌거든요. 마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학원에 우르르 몰리듯, 골프 엘리트가 전국에서 찾아오기 시작했죠.”
10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흘렀다. 학생들은 여전히 몰렸지만 그는 기계적으로 골퍼를 찍어내는 학원처럼 변해가는 게 싫었다. “골프를 가르친다는 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가르치는 게 무서운 거구나, 나부터 더 연구해야 한다는 자각이 더 컸습니다.”
그는 요즘 하루 딱 두 명의 제자만 가르친다. 나머진 연구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제자리걸음 스윙 헤드업, 스웨이 치유 도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쉬운 골프를 완성하는 게 그의 기본 목표다. 제자리걸음에서 착안한 걸음걸이 스윙이 이를 함축한다. 핵심은 편안하게 뗐다가 디디는 양발과 아래 위로 직선운동을 하는 양팔이다. 다리와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일반 스윙법과 사뭇 다른 방식이다.
백스윙은 오른발 뒤꿈치를 2~3㎝ 정도 살짝 뗐다가 디디는 동시에 왼발 뒤꿈치를 들어주면서 시작한다. 이때 왼손, 왼팔, 왼어깨는 오른발 앞 아래쪽으로 쭉 밀어주고, 오른손과 오른팔, 오른쪽 어깨는 오른팔과 어깨를 이은 연장선 방향으로 물건을 들어올리듯 들어주면 된다는 설명이다. 소림무술의 ‘철사장 훈련’(주먹과 손날을 단련하기 위해 기마 자세로 뜨거운 모래 속에 양손을 교차하며 파묻는 훈련)을 연상케 하는 X자형 동작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양쪽 무릎을 몸통 안쪽으로 조이듯 오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역시 X자 형태다. 손과 팔, 다리가 모두 애초 셋업했을 때 가리키는 방향으로 직선운동을 하는 셈이다. 다운스윙은 왼발 뒤꿈치를 디디면서 시작한다.
그는 “헤드업, 스웨이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체중 이동도 무의식적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상체를 억지로 회전시켜 꽈배기처럼 뒤틀 필요도 없다. 제자리 스윙이나 마찬가지여서 공에 클럽 헤드가 접근하는 타점도 일정해진다.
그는 지난달 뜻이 맞는 세 명의 프로들과 함께 전문트레이닝 센터를 경기 안성 신안CC에 열었다. 쉽고 편한 골프를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배씨는 “잘못된 습관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 배창효 씨는…
▷1965년 대구 출생
▷174㎝/65㎏
▷대구 중앙초-중앙중-경신고-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박사)
▷피팅 전문스쿨 미국 골프스미스아카데미(GCA) 수료
▷1987년 골프 입문
▷1997년~ BnJ골프 운영(대구)
▷국가대표, 한국프로골프(KPGA)/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프로 다수 배출
대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