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낙농국 덴마크서 해법 찾자는 미래부 '10년 후 일자리 보고서'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와 KAIST가 작성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 보고서가 1일 발간됐다. 한국은 지난해 처음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실업 해법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 명망가 16명으로 구성된 미래준비위가 주도해 일자리 환경과 개인이 갖춰야 할 역량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년간 준비했다는 보고서 수준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외 보고서들을 짜깁기한 느낌을 준다. 보고서는 “미래 일자리 환경이 개인과 기업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필요할 때마다 구인 구직하고 일자리가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바뀐다”고 전망했다. 또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지고 데이터 기반 인적관리가 강화되며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근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3대 역량으로 ‘기계와 차별화된 문제 인식’ ‘인간 고유의 대안 도출 역량’ ‘기계와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을 꼽았다. 보고서가 제시한 이런 변화는 10년 뒤 미래가 아니라 이미 한국 사회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상당수 직장인이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고, 인공지능이 날로 발전하는 마당에 10년 뒤 상황을 예측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미래 사회에는 더 전문화하고 지식융합이 필요한 직업이 등장한다”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혁신, 코딩 교육과 창업·창작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재양성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이 강조하고 있는 미래 인재 육성 방안과 다를 바 없다.

보고서는 80개가 넘는 국내외 문헌을 참고했다. 그러나 많은 자료가 나열됐을 뿐 이를 깊이있게 분석한 내용은 발견하기 어렵다. 사회보장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을 한국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낙농국가 덴마크 모델에서 찾자는 데 공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미래 기술 발전과 정보홍수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또 한번 미래를 낙관하는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낸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