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영화계의 자금 조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문화계의 창작 후원 활동에 가까웠던 크라우드펀딩이 수익을 내는 투자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영화 크라우드펀딩은 대부분 후원형으로 이뤄졌다. 자금이 부족한 제작자를 위해 영화 팬인 개인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마련했다. 영화의 흥행 잠재력은 거의 따지지 않는다. 영화나 창작자를 응원하는 소액 기부에 가까웠다. 2015년 개봉한 ‘연평해전’, 지난해 2월 개봉한 ‘귀향’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증권형 영화 크라우드펀딩은 성격이 다르다. 소액 투자자가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제작사와 수익을 공유한다. 영화 관객 수를 기준으로 흥행 성적에 따라 이익을 배당받는 사례가 많다.
제작사도 제작비만을 위해 펀딩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완성된 국내외 영화가 주요 펀딩 대상이고, 모금액은 대부분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 외국 영화는 일부를 판권 구입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인기 종목은 외국 영화다. 외국에서 먼저 개봉한 기록으로 상업성이나 흥행 정도를 예측할 수 있어서다. 지난 1월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국내 개봉 3주 전에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완료됐다. 지난해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서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에 투자 신청이 잇따랐다. 이 영화는 최근 관객 수 340만명을 넘겨 크라우드펀딩 투자수익률이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영화 최초로 투자수익을 투자자와 나누는 영화가 됐다.
증권형 영화 크라우드펀딩이 항상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모자라면 손실이 난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맨체스터)’는 투자자 158명이 1억5000만원을 모금했다. 누적 관객 50만명을 돌파하면 예상 수익률이 58%지만 10만명대에 그치면 마이너스 38%다.
최근엔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펀드도 등장했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스노든’은 원금상환 보장을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관객 수가 8만명 이하면 원금을 돌려주고, 8만명을 넘으면 추가 수익을 나눠준다.
투자자들은 “좋아하는 콘텐츠에 투자하고,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 개봉 2~3주 전 단기간에 자금을 모으고, 극장 상영이 종료되면 정산을 시작한다. 투자금 회수 기간도 대부분 90~120일 이내여서 짧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여서 저축 대신 소액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며 “문화 콘텐츠는 대중이 익숙한 분야여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가 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