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최순철 교수 분석…"예방 문화로 바뀌어야"

우리나라 국민은 치주질환으로 한해 1조원이 넘는 진료비를 쓰면서도 구강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기적 구강검진으로 치주질환을 예방하기보다 아프면 그제야 치과를 찾는다는 것이다.

29일 최순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 탓에 발생한 요양급여비는 2015년 1조56억원으로 2012년(5천393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치주질환 환자 수는 835만명에서 1천343만명으로 약 61% 늘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치아우식(충치) 요양급여비는 2012년 2천518억원에서 2015년 3천127억원으로 24.1%, 환자는 537만명에서 558만명으로 3.9% 증가했다.

이처럼 구강질환을 앓는 사람도 늘고 이를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구강관리에 관심을 둔 사람은 적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영유아 때부터 구강관리가 소홀히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6월 내놓은 '2015년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영구치가 나기 전인 유치에 충치가 발생한 적 있는 만 5세 아동의 비율은 2010년 61.5%에서 2012년 62.2%, 2015년 64.4%로 점차 높아졌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을 통해 구강검진을 받은 영유아 비율은 2014년 35.2%에 그쳤다.

같은 때 영유아건강검진 수검율이 69.8%라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도 구강검진만 빼놓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청소년 구강관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최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초·중·고교생 치아우식증 유병률은 줄어서 30%대 수준이며 치주질환과 부정교합이 발생한 학생은 늘어 전체 학생의 약 60%가 구강질환을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 교수는 "지난 30년간 치과의사와 치과의료비는 각각 7배와 32배 증가했지만 아동·청소년의 구강건강 향상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며 "치과의료체계가 예방이 아닌 치료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강관리에 대한 무관심은 성인 때까지 이어진다.

2012년 건강검진통계를 보면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검진의 수검률은 73.0%이지만 건강검진의 한 항목인 구강검진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28.5%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비율도 2008년(23.1%)보다는 5.4%포인트 오른 것이다.

최 교수는 "주로 눈으로만 (구강 상태를) 확인하는 현재의 구강검진 방법은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구강검진에 파노라마방사선촬영 등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구강검진 수검률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일반건강검진과 달리 구강검진을 받지 않아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또 구강검진을 비롯한 구강관리 전반을 '경시'하는 문화도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 연구결과를 보면 정기검진을 받은 사람은 80세 때 치아가 23개쯤 남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10개도 남지 않았다"면서 "아프면 치료하는 것이 아닌 정기검진 등으로 구강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주장이 담긴 '구강검진과 예방치의학' 글은 그를 비롯한 서울대 교수 20명이 쓴 책 '2017 코리아 아젠다'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