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인수 씨(30)는 이번 설날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새 돈을 바꾸러 은행에 갈 시간도 없고 쓰던 돈을 지갑에서 꺼내 주자니 ‘성의가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다. 강씨는 “일곱 살짜리 조카가 세뱃돈을 들고 놀다가 잃어버린 적도 있다”며 “현금 대신 조카들이 좋아하는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설날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세뱃돈을 기프티콘으로 대신하거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해 명절을 보낸다. 설을 앞두고 모바일 윷놀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안드로이드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모바일 윷놀이 게임만 20여개에 달한다. 대학생 이진기 씨(25)는 “설 연휴 때만 꺼내는 윷을 굳이 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제사상앱’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제사상에 음식을 놓는 순서, 지방을 적는 방법, 지역별 차례상 특징 등을 그림과 함께 안내해준다. 일부 앱은 자신이 차린 차례상을 ‘참고용’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가장 인기를 끄는 제사상앱은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50만건에 달한다. 제사상앱 ‘제사상의 달인’ 개발자 유홍석 씨(36)는 “설을 앞두고 다운로드 횟수가 크게 늘었다”며 “이번주만 해도 1000명 이상이 앱을 내려받았다”고 했다.

친인척 호칭을 제대로 알기 위해 앱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말 결혼한 송영수 씨(31)는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을 앞두고 촌수를 계산해주는 앱을 받았다. 송씨는 “이번 설은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처가의 먼 친척 어른들까지 한자리에서 뵙는 자리”라며 “실수하지 않도록 앱에 나온 친인척 호칭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핵가족화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에게는 1년에 한두 번 맞닥뜨리는 명절 전통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며 “낯선 상황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인 앱을 통해 도움을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