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보육원생 채용한 현대하이텍, 노숙자 검정고시 합격지원한 에듀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틈나는대로 이 보육원에서 봉사를 하던 현대하이텍 전병래 전무가 이 곳에서 생활하는 학생 1명을 채용키로 약속한뒤 이를 실천한데 따른 것이다. 오정기 사장도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현대하이텍은 자동차용 안테나 부품만드는 업체로 약 20년의 역사를 지닌 중소기업이다. 김철수 씨는 “자동차 분야에서 장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육원생들의 가장 큰 꿈은 자립이다. 대개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한다. 이때부터 더 막막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자립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취업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전 전무는 “채용은 결국 기업의 몫”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육원생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처럼 소리소문없이 사회에 따스한 기온을 불러넣어주는 중소기업들이 곳곳에 있다. 공무원· 자격증 시험 전문 기업 에듀윌은 서울 영등포의 한 노숙자 쉼터에 희망을 전했다. 지난해 에듀윌이 영등포 광야교회의 홈리스센터에 지원한 검정고시 강의와 교재를 통해 노숙자중 4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이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도전해 높은 점수로 검정고시에 합격한 강수환 씨(가명)는 30대 때 사업을 벌여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의 성공에 자만해서인지 사업은 실패를 맞았고 인생의 큰 고비를 겪게 된다. “몇 년을 깊은 절망에 빠져 ‘패배자’의 마음으로 살았다”는 그는 어느 순간 노숙자가 돼 있었다. 강 씨는 광야교회 홈리스센터로 들어오게 됐다. 이 센터의 최은화 사무국장은 그에게 검정고시를 권유했다.
강 씨가 센터 내 묵은 책들을 뒤적이고 야학에도 참여하는 등 공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막상 엄두를 내지 못했다. 최 사무국장은 강 씨를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이들을 도울 교육기관을 찾기 시작했다. 센터 내에 강 씨 말고도 검정고시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사무국장은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도움을 받기 위해 교육기관에 보낸 많은 메일들 중 유일한 답장이었다. 메일 발신인은 당시 에듀윌 대표를 맡고 있던 양형남 전 대표. 그의 메일에는 ‘광야교회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분들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에듀윌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배식 등 봉사활동도 벌였다. 최 씨는 지체없이 이를 강 씨에게 전했고 강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그는 함께 공부한 3명의 센터식구들과 함께 지난해 검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최은화 사무국장은 “강 씨의 합격 소식을 듣고 제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말했다. 강씨 어머니 역시 눈물을 흘렸다. 강씨처럼 검정고시에 도전하겠다는 또다른 센터 내식구들에게 에듀윌은 2017년에도 온라인 강의와 교재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