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5명 중 1명이 35세 이상
고령이라고 절대 포기 말아야
지난해 태아치료센터 문 열어

박미혜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나이가 많다고 임신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40대가 넘어 첫 아이를 낳는 초산 산모도 아무 문제 없이 아이를 낳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평균 출산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30대 후반 출산율이 증가하면서 전체 산모 다섯 명 중 한 명이 35세 이상 고령산모다. 박 교수는 다태아 고위험임신 등 고령 임신에 관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다수의 학술논문도 발표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령 임신부도 문제 없이 분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교육연구부장으로 후학 양성과 연구활동 활성화 등에 힘써 온 박 교수는 지난해 말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 때부터 신생아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취지로 태아치료센터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산부인과와 소아과 의료진 등이 모여 태아 시기에 예방가능한 질환을 예방하고 신생아의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박 교수를 통해 고령 임신과 태아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태아를 치료한다는 개념이 낯설다.
“과거에는 태아를 산모에게 기생하는 수동적인 개체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태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능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에 태아 치료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중후반이다. 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태아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각종 감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기형이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모의 영양섭취가 부족하면 태아가 태어난 뒤 성인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산모에게 영양처방 등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산전진단도 중요할 것 같다.
“산전진단은 단순히 기형이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검사가 아니다. 심장 질환이 있다면 태어나자마자 응급으로 시술해야 한다. 이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방광 내 소변이 양수로 흘러가는 질환이 있으면 방광관과 양수관 안에 도관을 넣는 시술이 필요하다. 응급처치를 하고 태어난 뒤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빈혈이 심한 태아에게 수혈을 하기도 한다. 쌍태아는 한쪽 태아에게만 혈액이 가고 다른 태아에게는 혈액이 가지 않는 일도 있다. 내시경을 활용한 레이저 수술로 이를 치료할 수 있다. 태아가 갑상샘 질환을 앓고 있으면 양수를 통해 호르몬을 줄 수 있다. 부정맥이 심하면 산모에게 부정맥 치료제를 투여해 태반으로 태아에게 전달하는 치료도 한다.”
▷임신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있다.
“35세가 지나면 난자의 노화로 인해 염색체 이상 등의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나이들며 생기는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도 늘어난다. 연령이 많아지면 임신 경험도 늘어난다. 유산을 경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고령 임신은 유산, 선천성 기형, 임신중독증 및 고혈압, 당뇨 및 임신성 당뇨, 전치태반이나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임신후반기 출혈, 조산 등의 발생 빈도가 더 높다.”
▷임신을 포기하는 여성도 많다.
“고령이라고 해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난자 노화로 인한 염색체 이상 발생률을 줄일 수 없지만 성인병 등은 잘 조절해 치료하면 아무 문제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최근 환자 중엔 43세에 첫 아이를 정상분만으로 잘 낳은 산모가 있다. 의학적 근거 없는 정보 때문에 고령이라고 하면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줄 아는 산모가 많다. 제왕절개 하지 않아도 출산 가능한 산모가 많다. 전문가와 정확한 상담을 해야 한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지원도 필요한데.
“산모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아 임신을 미루는 일이 많다. 임신을 미루면 불임이 늘고 출산이 더욱 어려워진다. 의료비 지원도 중요하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결혼을 했더라도 육아 문제로 출산을 미루는 젊은 맞벌이부부를 위해 나라에서 아이를 키워주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