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운드 59타. 프로 골퍼들이 평생 한 번쯤 달성하고 싶어하는 꿈의 타수다. 하지만 이 고지를 밟아본 선수의 상당수가 기록 달성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이유로 ‘마(魔)의 59타’라고 부르는 이도 꽤 많다.

59타가 또 터져나왔다. 22일(한국시간) 미국 팜스프링스의 라킨타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커리어빌더챌린지 3라운드에서다. 꿈을 이룬 선수는 골프팬에겐 이름이 낯선 애덤 해드윈(캐나다·사진)이다.

해드윈은 이날 라킨타 코스에서 경기를 치러 버디 13개로만 스코어카드를 채웠다. 13언더파 59타. 중간합계 17언더파 단독 선두다.

그는 전반 2~7번홀에서 6개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고, 후반 11~15번홀에선 5개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퍼트만 하면 홀컵에 공이 쏙쏙 빨려들어갔다. 원 퍼트로 끝낸 홀이 15개나 됐다. 해드윈은 “17번홀에 왔을 때 갤러리 수가 갑자기 늘어나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직감했다”며 “18번홀 파 퍼트가 너무 떨렸다”고 기뻐했다.
PGA투어에서 59타 이하 타수를 친 선수는 8명으로 늘었다. 59타는 1977년 알 가이버거가 처음 기록했다. 이어 칩 벡(1991), 데이비드 듀발(1999), 폴 고이도스(2010), 스튜어트 애플비(2010), 짐 퓨릭(2013·2016), 저스틴 토머스(2017)가 ‘기적의 타수’ 대열에 합류했다. 퓨릭은 59타에 이어 58타까지 친 유일한 골퍼다.

해드윈이 기록한 버디 13개는 1991년 벡이 세운 한 라운드 PGA 최다 버디 수와 타이기록이다. 캐나다투어 출신인 해드윈은 지난해 PGA 상금랭킹 85위에 오른 무명 선수다. 2012년 PGA 2부 투어로 건너와 2014년 2승을 올린 덕에 2015년부터 PGA투어에 합류했다.

PGA에서 50타대가 나오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1977년 이후 40년간 나온 9개 중 6개가 2010년 이후 나왔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장비의 발전이 기록 양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골프업계는 보고 있다.

꿈같은 숫자가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초 작성자인 가이버거는 ‘미스터 59’라는 별명이 생긴 이후 겨우 1승을 추가했고, 벡은 기록 작성 후 2부 투어를 주로 뛰었다.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듀발은 2011년 1부 투어 카드를 잃었다. 퓨릭은 59타는 물론 58타를 작성하고도 해당 대회를 한 번도 제패하지 못했다. 호주 최초의 59타 기록을 세운 애플비 역시 이후 7년째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59타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