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지지율 주춤 사이 보수 대안으로 부상
탄핵소추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올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여는 자리라서 더욱 그렇다. 신년 기자회견은 명절 민심을 다독이고, 대국민 정부 새해 정책 협조를 당부하는 국민 담화 성격이 짙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올해 대선주자로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경우 황 대행의 임기는 향후 2∼3개월에 불과하다. 황 권한대행이 행정 수반 공백기를 매우는 과도기적 인물인데 굳이 신년 기자회견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황 권한대행의 광폭 행보가 기존 국정과제를 마무리하는 모양새가 아닌 새로운 정책을 정식 대통령의 지위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반영된 대목이다. 황 권한대행 취약계층부터 탈북이탈주민, 청년, 사회원로 등과 폭넓게 만나며 내일 4∼5건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23일 신년 회견도 지난해 1월 13일 박 대통령의 마지막 신년회견과 비슷한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본인이 직접 10여 분 모두발언을 한 뒤, 50분 간 질의·응답 순서로 약 1시간 동안 진행한다.
황 권한대행 측은 회견을 여는 배경으로 국민에 대한 감사와 협조를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관계자는 "국정 안정을 위해 해온 일들을 설명하고, 국민들께 여러모로 협조해주신 데 대해 감사를 표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과 중점 추진 과제들을 설명하고, 주요 이슈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히는 자리"라며 "올해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년회견 목적과 규모 등이 역대 대통령 행보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황 권한 대행이 차기 대권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실제 권한대행은 최근 리얼미터(16∼18일 여론조사)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4.0%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야권 다크호스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같은 공동 5위 성적이다. 안 지사는 22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잇단 말실수로 지지율이 꺾이고 있다는 점도 황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 대안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에선 새누리당 대선후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군 중 17.4%를 기록, 2위 김문수 전 경기지사(8.2%)와 9.2%p의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보수 표밭인 대구·경북(23.6%), 대전·충청·세종(22.3%), 부산·경남·울산(20.6%) 등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서울(18.6%), 경기·인천(14.2%)의 순을 보였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32.1%), 50대(23.4%), 30대(10.9%), 40대(10.7%), 20대(5.9%)의 순으로 높게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도 주목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긍정 평가가 38%에 달해서다. 부정 평가 역시 48%에 육박했다. 하지만 긍정 평가가 40%에 육박한 점은 황 권한대행이 향후 표심 소통행보를 강화할 경우 긍정적 이미지가 더 확대할 수 있는 근거라고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