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대가성·부정청탁 입증 못해…'법리 다툼'서 밀린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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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 분석해보니…
'뇌물죄' 고개 저은 법원
법조계 "강요·협박에 돈 뜯긴 기업 뇌물죄 적용은 무리"
"지원 경위 다툼의 여지"
삼성합병 이후 대통령 독대, 대가관계 성립 앞뒤 안맞아
"관련자 조사도 미흡"
돈 받은 최순실·대통령 조사 않고 공여자부터 처벌은 말 안돼
'뇌물죄' 고개 저은 법원
법조계 "강요·협박에 돈 뜯긴 기업 뇌물죄 적용은 무리"
"지원 경위 다툼의 여지"
삼성합병 이후 대통령 독대, 대가관계 성립 앞뒤 안맞아
"관련자 조사도 미흡"
돈 받은 최순실·대통령 조사 않고 공여자부터 처벌은 말 안돼
◆법조계 “애초 무리한 영장 청구”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과 정유라 씨 승마훈련 지원 213억원 등 430억원이 삼성 합병과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강요·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원했기 때문에 삼성은 ‘피해자’”라는 삼성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53개 기업이 재단에 출연했는데 삼성만 따로 떼내 뇌물죄로 처벌하겠다는 특검 측 논리에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2015년 7월25일은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 결정(7월10일) 보름 뒤의 일이어서 대가관계 성립을 위한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특검팀은 ‘사후뇌물’ 가능성 등을 들어 포괄적 뇌물죄 법리를 적용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가 인정되려면 ‘최순실 씨 지원=박 대통령 지원’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야 한다. 특검은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한 몸인 ‘이익공유’ 사이였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원은 그동안 공무원의 부인이나 남편이 뇌물을 받았을 때, 공무원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대신 뇌물을 받았을 때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경제적 공동체’ 개념을 인정해왔다.
뇌물죄 관련자에 대한 특검 조사가 미진했다는 점도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포함됐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뇌물을 받은 최씨와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채 뇌물공여자만 처벌하겠다는 것은 법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 이끌어낸 삼성의 방패
박영수 특검팀은 양재식 특검보(사법연수원 21기) 등 막강 화력을 내세웠지만 삼성 측 방패를 뚫지 못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삼성 측 변호인단은 지난 1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3시간40분간에 걸친 ‘법정혈투’를 벌인 끝에 영장 기각을 이끌어냈다. 판사 출신 송우철(16기), 문강배(16기) 변호사가 대표선수였다. 송 변호사는 법원 재직 당시 법리에 정통한 ‘선두 주자’로 손꼽혔다.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2013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태평양에 스카우트됐다. 당시 법조계에선 “태평양이 대어를 낚았다”고 평가했다.
문 변호사는 ‘BBK 주가조작 사건’ 정호영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맡았다. 윤석열 특검팀 수사팀장(23기)과 서울대 79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정호 변호사(28기)도 이 부회장이 특검에 출석할 때 내내 곁을 지켰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대전지검 특수부 등을 거쳤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권순익 변호사(21기)와 오명은 변호사(38기) 등 6명의 변호인이 도왔다. 성열우 팀장(사장·18기)을 좌장으로 한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도 가세해 힘을 보탰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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