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표를 겨냥한 선심성 공약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과 서울대 폐지, 수도 이전 문제가 다시 대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모든 국민에게 30만원씩 똑같이 나눠준다는 공약(이재명 성남시장)까지 나왔다.

대선주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군 복무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무 복무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하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10개월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군입대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주자들은 국가가 재산이나 소득,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표방하며 아동·청년·노인 등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수당을 신설하고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는 등 소요되는 예산은 20조~35조원이다. 박 시장은 세제 개편과 재정 합리화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장은 소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청년과 노인, 장애인 등 2800만명에게 매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걷은 세수 15조원을 모든 국민에게 3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서울대 폐지와 사교육 철폐 등 ‘교육 포퓰리즘 공약’도 등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교육 폐지를 국민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헌법재판소가 2000년 ‘사교육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국민투표로 뒤집자는 것이다. 사교육 문제 해결 방안으로 국·공립대 통폐합(문재인)과 서울대·수능 폐지(박원순) 등도 제시됐다.

위헌 판결을 받았던 수도 이전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 지사와 안 지사는 지난 9일 국회를 찾아 “청와대와 대법원, 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인하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만 17세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세쯤 되면 당연히 선거권을 갖고 참정하는 게 마땅하다”며 “다만 고등학교 3학년이 선거운동에 휘말리지 않도록 학제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일단 정부 간에 약속한 협약은 완전히 뒤집기 힘들다”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인 당론과 배치되는 견해를 내놨다. 중도보수표를 의식한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