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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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1월20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그의 재정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화의 움직임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그리고 외국인 매매패턴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최근 몇 달 새 외국인 매매패턴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 환율의 흐름과 외국인의 매수 패턴이 과거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놀이터'라는 자조섞인 애널리스트의 지적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17일 "'원화 약세는 외국인 매도, 원화 강세는 외국인 매수'의 공식이 깨진 게 요즘"이라며 "이는 환율의 등락과 변화보다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수출주(株) 중심의 구조적인 이익 개선세가 외국인 순매수를 유인했고, 코스피지수의 안정적인 상승세로 이어진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

트럼프의 당선, 지난 11일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은 그야말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5일 하루에만 20.1원 하락한 이후 6거래일 중 4거래일의 하루 변동폭이 10원을 넘었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경계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변동성이 두려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달러화의 경우에도 트럼프의 취임 이후 환율정책의 강도에 따라 그간 오버슈팅된 것이 조정되거나 지금처럼 하향 안정의 경로를 밟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이 연구원은 전망했다.

반면 달러화의 약세 및 원화의 강세 국면이 1분기(1~3월) 동안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단기적으로 내수주 등 원화 강세 수혜주가 반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취임 이후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달러화에 대한 강세 압력이 완화되거나 약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2분기(4~6월) 중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미국의 경기 여건 등이 달러화 강세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달러의 약세 반전이 신흥국 증시로 자금 유턴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최근의 달러 약세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가 공약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까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의 대안주를 보유하다가 장기적으로 트럼프 시대의 성장 수혜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민 연구원은 "1분기에 일시적인 원화 강세 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내수주 등 원화 강세 수혜주의 반등이 나올 수 있다"며 "다만 국내 경기 상황, 중국발(發) 제재 이슈, 수급 모멘텀(동력)의 취약함을 감안하면 내수주의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수주에 대한 단기 매매 전략 혹은 반등 시 '비중 축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 대안으로 IT 업종 내 순환매 대응 전략을 추천한다"며 "IT 업종 내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낮은 곳이 소프트웨어 업종인데 올해 소프트웨어는 업종 내 가장 높은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 투자전략으로는 '방위산업주 매매'가 떠올랐다. 트럼프 새 정부의 성장산업 중 하나가 바로 방위산업이란 분석에서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주식전략팀 연구원은 "성장주 투자자와 모멘텀 투자자들에게 한국항공우주, 한화테크윈 등은 좋은 투자 대상"이라며 "트럼프 시대에 방위산업은 명실상부한 성장산업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