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논란 '증도가자' 진위, 공개설명회서 끝장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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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분석 결과 일반 공개…전문가들 진품 의견 많아
서체·서지·보존과학자들, 국과수 서체분석에 반론 제기
초기 금속활자 증도가자와 조선 후기 임진자 비교는 무리
서체·서지·보존과학자들, 국과수 서체분석에 반론 제기
초기 금속활자 증도가자와 조선 후기 임진자 비교는 무리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지를 놓고 6년 이상 논란을 빚어온 일명 ‘증도가자’ 101점의 진위를 둘러싼 끝장토론이 다음달 열릴 문화재청의 공개설명회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증도가자와 목판본 ‘증도가’의 서체가 다르고, 활자가 커 증도가 조판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에 서지학·서체학·보존과학 등 여러 분야의 다수 전문가가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증도가자는 서울 인사동의 다보성고미술이 2010년 9월 고려시대에 간행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의 인쇄에 쓰인 금속활자라며 공개한 것이다. 사실일 경우 1377년 간행된 ‘직지심경’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증도가자’ 조사분석 결과 등 그동안 나온 각종 관련 자료를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이달 13일까지 공개검증을 위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의견을 개진한 120여명 중 전문가 상당수가 국과수의 서체 분석 및 주조, 조판 검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임진자와의 비교는 무리”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서체 분석 결과다. 국과수는 ‘윤곽선 분포의 수학적 계산 기법’ ‘딥러닝 기법’ ‘글자 중첩 비교법’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서체를 검증한 결과 그 유사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국과수는 1772년 제작된 금속활자인 ‘임진자’와 이 번각본(금속활자 인쇄본을 토대로 제작한 목판본)의 글자를 비교한 수치를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서체 유사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 전문위원(동산문화재 분과)인 이승철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비교 대상인 임진자의 활자본과 번각본은 보존 상태가 최상인 인본이며, 이를 기준으로 유사도가 덜하다고 증도가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금속활자 기술이 훨씬 발달한 18세기의 상태가 좋은 활자 및 인쇄본과 금속활자 초기의 증도가자를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김성수 한국서지학회장(청주대 교수)도 같은 논지로 반박하면서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유사도의 평균치를 수학적 평균값으로 해 ‘유의미한 수준’을 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개별 활자의 유사도를 고려하지 않고 분석 대상인 42자의 평균치로 결론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것. 이 교수는 “개별 활자의 유사도 측정 결과를 보면 임진자의 평균치(0.952)보다 높은 글자가 11자, 1434년의 초주갑인자(0.933)보다 높은 글자는 28자나 된다”며 “오히려 초주갑인자의 서체 유사도와 거의 가까운 것은 매우 높은 유사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 시기 다른 활자 혼합 조판도 문제”
‘증도가자’를 세 개 유형(홈형·홈날개형·네다리형)으로 나눠 번각본 증도가처럼 조판한 결과 크기가 가장 작은 홈형 활자로만 구성할 경우엔 조판이 가능하지만 다른 일부 활자가 포함되면 글자가 커 조판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문화재청 조사단의 분석에도 반론이 제기됐다.
이승철 학예연구사는 “지금까지 검증 연구에서 홈날개형, 홈형, 네다리형 순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 종류의 활자를 혼합 조판해 조판 가능 여부를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번각본은 인쇄 시기에 따라 목판 수축으로 인해 인쇄본 크기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성수 회장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제작 연대 “모른다” vs “확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증도가자가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재질의 오래된 금속활자지만 정확한 제작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엑스레이 조사, 미량원소분석 등 12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를 분석한 결과 한 몸체로 주조된 구리·주석·납 합금이며 납의 산지는 전라·충청·강원 일부 지역으로 추정했다. 다만 활자에서 채취할 수 있는 먹이 없어 연대 추정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증도가자가 한 몸체로 주조됐다는 것은 활자에서 이중 주조 흔적이 발견됐다며 가짜일 가능성을 제기했던 국과수의 이전 분석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다.
연대 추정이 불가하다는 분석 결과에 이오희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은 “201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일본 파레오연구실이 네 개 활자에 남아 있는 먹의 탄소연대를 분석한 결과 10~13세기로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서 문화재연구소, 국과수와 함께 1~2월 중 공동설명회를 한 뒤 지정조사단에서 조사보고서를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보고서가 작성되면 문화재심의위원회가 ‘보물’ 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전문가들 “임진자와의 비교는 무리”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서체 분석 결과다. 국과수는 ‘윤곽선 분포의 수학적 계산 기법’ ‘딥러닝 기법’ ‘글자 중첩 비교법’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서체를 검증한 결과 그 유사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국과수는 1772년 제작된 금속활자인 ‘임진자’와 이 번각본(금속활자 인쇄본을 토대로 제작한 목판본)의 글자를 비교한 수치를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서체 유사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 전문위원(동산문화재 분과)인 이승철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비교 대상인 임진자의 활자본과 번각본은 보존 상태가 최상인 인본이며, 이를 기준으로 유사도가 덜하다고 증도가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금속활자 기술이 훨씬 발달한 18세기의 상태가 좋은 활자 및 인쇄본과 금속활자 초기의 증도가자를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김성수 한국서지학회장(청주대 교수)도 같은 논지로 반박하면서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유사도의 평균치를 수학적 평균값으로 해 ‘유의미한 수준’을 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개별 활자의 유사도를 고려하지 않고 분석 대상인 42자의 평균치로 결론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것. 이 교수는 “개별 활자의 유사도 측정 결과를 보면 임진자의 평균치(0.952)보다 높은 글자가 11자, 1434년의 초주갑인자(0.933)보다 높은 글자는 28자나 된다”며 “오히려 초주갑인자의 서체 유사도와 거의 가까운 것은 매우 높은 유사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 시기 다른 활자 혼합 조판도 문제”
‘증도가자’를 세 개 유형(홈형·홈날개형·네다리형)으로 나눠 번각본 증도가처럼 조판한 결과 크기가 가장 작은 홈형 활자로만 구성할 경우엔 조판이 가능하지만 다른 일부 활자가 포함되면 글자가 커 조판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문화재청 조사단의 분석에도 반론이 제기됐다.
이승철 학예연구사는 “지금까지 검증 연구에서 홈날개형, 홈형, 네다리형 순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 종류의 활자를 혼합 조판해 조판 가능 여부를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번각본은 인쇄 시기에 따라 목판 수축으로 인해 인쇄본 크기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성수 회장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제작 연대 “모른다” vs “확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증도가자가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재질의 오래된 금속활자지만 정확한 제작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엑스레이 조사, 미량원소분석 등 12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를 분석한 결과 한 몸체로 주조된 구리·주석·납 합금이며 납의 산지는 전라·충청·강원 일부 지역으로 추정했다. 다만 활자에서 채취할 수 있는 먹이 없어 연대 추정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증도가자가 한 몸체로 주조됐다는 것은 활자에서 이중 주조 흔적이 발견됐다며 가짜일 가능성을 제기했던 국과수의 이전 분석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다.
연대 추정이 불가하다는 분석 결과에 이오희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은 “201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일본 파레오연구실이 네 개 활자에 남아 있는 먹의 탄소연대를 분석한 결과 10~13세기로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서 문화재연구소, 국과수와 함께 1~2월 중 공동설명회를 한 뒤 지정조사단에서 조사보고서를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보고서가 작성되면 문화재심의위원회가 ‘보물’ 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