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내년 말까지 주가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32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총 7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회사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 투자 실탄도 넉넉히 확보했다는 자체 진단이다.
SK이노베이션 "내년 말 주가 두 배로"…7조원 투자 '굴뚝기업' 이미지 벗는다
◆“투자로 승부하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93% 오른 16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1년 새 20.4% 뛰었다. 실적 호전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88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0% 웃돌 전망”이라며 목표가를 23만원에서 26만원으로 높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내년 말까지 목표로 잡은 주가는 증권사 최고 목표가(26만원)보다 24.7% 높다. 이 회사의 김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년 말까지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높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가총액이 30조원에 도달하려면 주가는 32만4445원이 돼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순이익)과 순이익을 동시에 끌어올려 시가총액(PER×순이익) 30조원을 맞출 계획이다. 연간 순이익 규모는 현재 2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늘리기로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PER은 7.3배다. 해외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26.6배) 바스프(18.4배) 시노펙(16.9배) 등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향방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굴뚝기업’ 이미지를 벗어 PER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넥슬렌(고부가가치 폴리에틸렌)과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 다우케미칼, 엑슨모빌만 생산하고 있는 넥슬렌은 SK이노베이션이 성장기업이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 화학업체인 사빅과 손잡고 넥슬렌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시설투자와 병행해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인수 대상은 미국과 중국에 근거지를 둔 화학과 윤활유 회사, 원유광구 등으로 이미 압축해 놓았다. 최준성 재무1실장(상무)은 “전략적 투자자(SI)와 손잡고 인수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인수대금 일부를 차입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자금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화학회사인 상하이세코의 지분 50%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 지분의 가치는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자산 가치 분석 능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는 만큼 M&A에 대한 시너지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브라질 캄포스 해상광구 지분을 최고점 수준인 24억달러에 처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광구 지분가치는 이후 급락하며 2014년 처분가격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도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비주력자산을 팔고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2014년 말 118.6%에서 지난해 9월 말 77.4%로 낮췄다. 지난해 9월 말 현금성 자산은 6조1304억원으로 사상 최고다. 국제신용등급(무디스 기준 Baa2)도 올해 1분기에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