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배임 무죄…검찰 '하명수사' 또 도마에
부실기업 인수로 포스코에 16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사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13일 오후 선고공판을 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유죄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특수2부(당시 부장검사 조상준)가 2015년 포스코 비리 관련 수사를 벌여 정 전 회장을 같은 해 10월 재판에 넘긴 지 1년3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정 전 회장에게 “포스코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업체를 무리하게 인수해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끼치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7년과 추징금 491만원을 구형했다.

정 전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5월 부실기업으로 평가되던 성진지오텍 주식을 시가의 두 배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지시해 포스코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는 5500억원,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613%에 달했다.

검찰은 주식 인수가 정 전 회장과 당시 전략사업실장 전모씨 두 사람의 결정으로 성사됐고 이사회에는 허위 보고서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전 회장 측은 “포스코에 손해를 끼치고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이익을 얻게 하려는 고의성이 없었던 만큼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정 전 회장은 이 외에도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이 운영하는 티엠테크 등 포스코 협력업체 세 곳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줘 12억여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거래업체 코스틸의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박재천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골프 접대 등 490만원 상당의 향응과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받았지만 이번 무죄 판결로 모든 혐의를 벗게 됐다.

검찰의 무리한 ‘하명(下命)수사’ 비판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몸통 비리를 캐겠다며 수사에 들어갔지만 11개월의 수사 기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우선 청와대의 ‘하명’으로 급작스레 이뤄지다 보니 ‘충분한 내사’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우세했다. 수사 곳곳에 장애물도 많았다. 실제로 정 전 회장을 소환하기까지 꼬박 7개월이 걸렸다. 검찰이 발표한 포스코 비리 수사 결과는 성진지오텍 인수 배경 등 그간 제기된 많은 의문을 풀어내지 못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신병확보를 위한 절차까지 포기한 채 그를 불구속기소해 ‘미완의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법원은 이날 이 전 의원이 포스코 측의 포항 신제강공장 증축 공사와 관련해 민원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측근이 특혜를 받도록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로 결론내렸다. 정 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뇌물공여) 또한 법원 판단은 무죄였다. 다만 이 전 의원이 조모 전 포항제철소장 등을 통해 측근에게 일감을 몰아줘 1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부분은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