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로 고전했지만 트리니티·파인밸류·피데스 등
12~26% '절대수익' 낸 곳도
장외주·공모주 등 '필살기'로 롱쇼트 전략 일변도 벗어나
1년간 190개 펀드 신규 설정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헤지펀드의 설정액은 6조1932억원으로 1년 전(2조9000억원대)보다 두 배 가까이 불었다. 펀드 수는 2015년 말 36개에서 현재 233개로 6배 넘게 증가했다. 투자자문사들이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로 잇따라 전환한 뒤 각자 주특기 전략을 내세워 신규 펀드들을 쏟아냈다.
신생 운용사 중에서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활약이 돋보였다. ‘타임폴리오 더 타임A’(1482억원) ‘타임폴리오 더 타임H’(1421억원) 등 4개 펀드를 통해 1년 새 5400억원을 끌어모으면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신규 설정된 헤지펀드 수는 190개에 이른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상치 못했던 각종 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신생 펀드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장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바 ‘절대수익’을 낸 곳은 일부다. 190개 새내기 펀드 중 설정액 100억원 이상 대상으로 설정 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26.89%) ‘파인밸류IPO플러스’(14.68%) ‘피데스 신짜오’(12.42%) 등이 12~26%의 수익을 내 상위권을 차지했다. ‘토러스 대체투자’(-30.72%) ‘멀티에셋올웨이즈글로벌매크로’(-8.66%)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삼성, 안다 등 멀티전략이 견조한 수익 비결
전문가들은 지난해 헤지펀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전략의 다변화’를 꼽는다. 한국형헤지펀드는 2011년 말 출범 이후 2~3년간 성과부진과 펀드청산 등으로 주춤했다. 당시 펀드들은 주식 롱쇼트 전략(주가 상승예상 종목을 사면서 주가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전략) 일색이었다. 수익률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절대수익’을 내야 하는 헤지펀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상품이 속출했다.
지난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최근에 출시된 신생 펀드들은 필살기가 다양하다. 주식 롱쇼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장외주식, 공모주,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전환사채 등에 투자) 등에 골고루 투자한다. 전문가들은 신생 운용사들의 백가쟁명 시기가 끝나는 2~3년 후쯤 되면 운용사별 차별점이 분명히 드러날 곳으로 보고 있다.
한국형헤지펀드들은 지난 5년간 각종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투자 자산과 전략을 분산시켜 시황에 관계없이 매달 0.5~1%씩 수익을 쌓아가는 중위험, 중수익형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여러 전략을 병행해서 활용하는 펀드들이 변동성 대비 수익률이 탁월하다. 한국형 헤지펀드 선발주자인 ‘삼성H클럽멀티스트레티지’는 2012년 초 설정된 이후 6일 현재 39.7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5년간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8%에 이른다. 2014년 설정된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40.51%)와 ‘안다 크루즈’(40.51%)도 설정 후 2년 반 동안 쌓은 누적수익률이 40%에 이른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