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어섰지만 이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이행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2일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은 이달부터 하루 평균 180만배럴, 전체 생산량의 약 2%를 줄이기로 지난달 초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모든 산유국이 각자 약속한 감산 목표를 지키기는 어려우며, 이달이 감산 합의의 유효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JP모간 글로벌 전략가의 말을 인용, “OPEC 회원국은 감산 목표의 약 80%를 이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1982년 이후 OPEC이 17차례 감산을 시도했지만 실제 감산량은 목표의 60%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한두 국가만 대열에서 이탈하더라도 산유국의 감산 의지가 꺾이면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는 설명이다.

CNBC는 이라크가 하루 평균 20만배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벌써 감산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찾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기업들이 정부의 감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OPEC은 오는 5월 정례회의를 열어 각 회원국의 감산 이행 수준을 평가한 뒤 이를 지속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감산 이행의 또 다른 변수는 달러화 강세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달러화 강세로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셰일원유 업체들이 산유량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씨티그룹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오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 하루 평균 880만배럴에서 올 연말에는 92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