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을 발표하면서 총 493개 전기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모델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삼성SDI와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단 한 개 모델도 포함되지 못했다.
삼성SDI·LG화학,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고전
중국 정부가 안전상의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조치 일환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2015년 말 각각 2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중국 현지공장을 설립한 삼성SDI와 LG화학은 사실상 중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에너지차 추천 목록’을 발표했다. 95개사가 생산한 총 493개 버스·트럭·승용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이었다.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자동차의 4t 전기트럭 △상하이GM의 캐딜락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승용차 △상하이자동차의 룽웨 PHEV 승용차 2개 모델 등 4개 모델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산시자동차의 6t 전기트럭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목록 발표는 자동차 및 배터리업계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작년 한 해 중국 내에서는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업체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통상 매월 한 차례 신에너지차 추천 목록을 발표해왔다. 지난해에는 3월에 추천 차량 목록을 발표한 후 추가 발표가 없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생산한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를 중국 정부가 연초에 제기한 데다 작년 5월부터는 배터리 생산업체에 대한 모범규준 인증과 보조금 지급을 연계하는 방안이 중국 정부 내에서 검토됐기 때문이다.

모범규준 인증을 획득한 업체의 배터리를 생산한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연계 방안의 골자였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작년 6월 발표된 ‘4차 전기차 배터리 업체 모범규준 인증’에서 탈락한 뒤 지금까지도 인증받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고위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현지공장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자칫 중국 이외 국가로 수출길을 뚫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