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 특별 기고] 민신 페이 "중국 구조개혁 부진에 부동산 거품…시진핑 권력 흔들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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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 전문가 민신 페이 미국 클레어몬트매켄나大 교수
마오쩌둥(毛澤東) 후 중국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떠오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올해 위기에 직면하리라는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일까. 시진핑 지도체제는 겉으론 ‘난공불락의 성’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아닐 수 있다.
시 주석의 두 번째 임기에 그를 보좌할 간부와 2022년부터 집권할 차기 주석을 선출하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오는 11월 열린다.
시 주석은 2012년 취임 후 그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부패척결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200명 이상의 고위급 간부와 장성을 체포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반대파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시 주석의 경쟁자들은 반부패운동 때문에 발목이 잡힌 채로 시 주석의 측근이 공산당 요직을 꿰차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내년 당대회에서 뒤집힐 것이다. 시 주석의 두번째 임기는 원칙상 보장돼 있지만, 정적들이 그의 인사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톈안먼사태를 겪고 난 뒤 권력을 이양하기 수년 전에 차기 주석과 총리를 미리 지명해 권력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실질적으로 권력을 넘겨주기 10년 전인 1992년 후진타오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중국공산당 최고위직 간부들은 후 주석이 물러나기 5년 전인 2007년 시진핑을 차기 주석에 임명하기로 했다.
◆주목되는 11월 19차 당대회
이 같은 비공식적 관행은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면 시 주석에겐 2022년까지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세 번째 임기를 노리거나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를 주석직에 앉힐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후계자가 지명되면 시 주석은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후계자 선정 문제를 둘러싼 결전이 아니더라도 그는 측근 관련 인사 조치로 정적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국 상무위는 일곱 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 중 다섯 명이 나이 제한(68세)에 걸려 올해 퇴임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를 그에게 충성하는 인물로만 채우면 그는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반대파들이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이슈는 시 주석의 부패척결 노선을 이끌어온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68)의 향방이다. 시 주석은 왕 서기가 올해 나이 제한 관행에 따라 퇴임하면 가장 신뢰하는 아군을 잃는다. 왕 서기가 그대로 남는다면 중국공산당 간부의 나이 제한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일단 시 주석은 우위를 점한 듯하다. 하지만 그에게 베팅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소속 간부 아홉 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지만 여전히 205명의 위원이 시 주석 반대파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처럼 아직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공산당 원로의 지지를 얻어내고 단합해 시 주석의 인사조치를 거부할 수 있다.
◆정적들, 경제 실정 문제 삼을 듯
시 주석 정적들은 2013년부터 쌓인 그의 경제적 실패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된 경제 성장 둔화와 급증하는 국가채무,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부동산 가격 거품 등이 대표적인 경제 실정이다. 일련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려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도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라고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판단하면 시 주석에게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제안하는 의제에 대한 저항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부채로 떠받쳐 온 경기진작 효과가 사라지면 경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촉발할 수 있는 통상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해외로의 자본 도피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상하이 등 1선도시와 항저우·난징 등 2선 도시를 중심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 거품이 터지면 부실채권이 금융 시스템을 압박해 자본 도피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내년 중국에서 벌어질 권력투쟁의 결과 누가 정상에 서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지도자’ 호칭을 얻으면서 정적들을 통제한 듯 보인다. 그러나 경쟁 세력을 간과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다.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올해는 시 주석에게 위험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Project Syndicate
■ 민신 페이 교수 약력
△1957년 중국 상하이 출생
△1991년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1992년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
△1999년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중국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2009년 미국 클레어몬트매켄나대 국제전략연구소 소장 겸 정치학과 교수
정리=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시 주석의 두 번째 임기에 그를 보좌할 간부와 2022년부터 집권할 차기 주석을 선출하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오는 11월 열린다.
시 주석은 2012년 취임 후 그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부패척결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200명 이상의 고위급 간부와 장성을 체포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반대파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시 주석의 경쟁자들은 반부패운동 때문에 발목이 잡힌 채로 시 주석의 측근이 공산당 요직을 꿰차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내년 당대회에서 뒤집힐 것이다. 시 주석의 두번째 임기는 원칙상 보장돼 있지만, 정적들이 그의 인사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톈안먼사태를 겪고 난 뒤 권력을 이양하기 수년 전에 차기 주석과 총리를 미리 지명해 권력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실질적으로 권력을 넘겨주기 10년 전인 1992년 후진타오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중국공산당 최고위직 간부들은 후 주석이 물러나기 5년 전인 2007년 시진핑을 차기 주석에 임명하기로 했다.
◆주목되는 11월 19차 당대회
이 같은 비공식적 관행은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면 시 주석에겐 2022년까지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세 번째 임기를 노리거나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를 주석직에 앉힐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후계자가 지명되면 시 주석은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후계자 선정 문제를 둘러싼 결전이 아니더라도 그는 측근 관련 인사 조치로 정적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국 상무위는 일곱 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 중 다섯 명이 나이 제한(68세)에 걸려 올해 퇴임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를 그에게 충성하는 인물로만 채우면 그는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반대파들이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이슈는 시 주석의 부패척결 노선을 이끌어온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68)의 향방이다. 시 주석은 왕 서기가 올해 나이 제한 관행에 따라 퇴임하면 가장 신뢰하는 아군을 잃는다. 왕 서기가 그대로 남는다면 중국공산당 간부의 나이 제한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일단 시 주석은 우위를 점한 듯하다. 하지만 그에게 베팅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소속 간부 아홉 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지만 여전히 205명의 위원이 시 주석 반대파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처럼 아직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공산당 원로의 지지를 얻어내고 단합해 시 주석의 인사조치를 거부할 수 있다.
◆정적들, 경제 실정 문제 삼을 듯
시 주석 정적들은 2013년부터 쌓인 그의 경제적 실패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된 경제 성장 둔화와 급증하는 국가채무,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부동산 가격 거품 등이 대표적인 경제 실정이다. 일련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려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도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라고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판단하면 시 주석에게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제안하는 의제에 대한 저항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부채로 떠받쳐 온 경기진작 효과가 사라지면 경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촉발할 수 있는 통상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해외로의 자본 도피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상하이 등 1선도시와 항저우·난징 등 2선 도시를 중심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 거품이 터지면 부실채권이 금융 시스템을 압박해 자본 도피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내년 중국에서 벌어질 권력투쟁의 결과 누가 정상에 서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지도자’ 호칭을 얻으면서 정적들을 통제한 듯 보인다. 그러나 경쟁 세력을 간과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다.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올해는 시 주석에게 위험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Project Syndicate
■ 민신 페이 교수 약력
△1957년 중국 상하이 출생
△1991년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1992년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
△1999년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중국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2009년 미국 클레어몬트매켄나대 국제전략연구소 소장 겸 정치학과 교수
정리=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