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1년' 보낸 CEO 5인의 새해 다짐 "신뢰·도약·이익…2017년 희망의 역사 쓰겠다"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예상치 못한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난에 내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최고경영자(CEO)도 적지 않았다. 신제품을 내놓고 실패의 ‘쓴잔’을 맛본 경우도 꽤 있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이수영 OCI 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 조준호 LG전자 사장(MC사업본부장) 등이 특히 그랬다. 이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정 사장은 작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수주절벽’과 조(兆) 단위 손실에 따른 자본잠식,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다. 올해는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써 나가겠다는 포부다. 정 사장은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 다시 조선업 본질로 돌아가 도약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확충이 마무리됐고, 대규모 손실 우려가 있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도 대부분 완료됐다”며 “인도가 계속 연기됐던 소난골 프로젝트도 상반기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수주 정상화 전략도 내놨다. 정 사장은 “상선 분야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어날 전망이고, 국제 유가가 어느 정도 회복된 만큼 해양플랜트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올해 60억달러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9월 현대상선 구원투수로 나선 유 사장의 어깨도 무겁다. 회사 수익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여서다. 현대상선의 영업이익률(작년 3분기 기준)은 -21.4%까지 떨어졌다.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여섯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유 사장의 올해 최대 과제는 현대상선을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 사장은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유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앞으로 2~3년 내 다른 글로벌 경쟁사보다 2~3% 이익률을 더 낸다는 각오로 임하자”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고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리콜(결함 시정)에 이어 작년 10월 생산과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입은 피해는 기회비용을 포함해 6조원 안팎에 달한다. 고 사장은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는 올 상반기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을 내놓고 줄어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갤럭시S8에는 삼성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담을 예정이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삼성전자 가전제품과 연동한 통합 서비스도 선보인다. 고 사장은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도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G5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섯 분기 연속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 사장은 올해 선보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G6를 내세워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는 각오다. G6는 전작인 G5의 모듈형 디자인을 버리고 메탈(금속) 소재로 깔끔한 디자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최근 “소비자 의견을 철저히 반영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LG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고객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양전지판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의 이 회장도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에선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중국은 지난해 2020년까지 태양광 설비 설치 목표를 27%가량 낮췄다. 중국은 작년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조사까지 나섰다.

이 회장은 폴리실리콘 가격 회복세를 반등의 계기로 삼고 있다. 작년 10월 ㎏당 12.7달러까지 주저앉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12월에는 15달러 안팎으로 회복됐다.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당 1달러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600억원가량 늘어난다. OCI는 그간 쌓아 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장창민/안정락/정지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