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전장(戰場)으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및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알리바바, 텐센트, JD닷컴 등 중국 기업이 앞다퉈 이 지역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의 높아진 관심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올해 동남아에서 한 인수합병(M&A) 거래 규모는 19억달러(약 2조3000억원)였다. 1억9300만달러였던 작년에 비해 10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중국 기업이 해외 M&A를 벌인 지역 가운데 동남아는 유럽과 북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JD닷컴이 맞붙고 있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올해 4월 10억달러를 들여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라자다그룹을 인수했다. 이 거래로 알리바바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이르는 물류망을 한번에 얻게 됐다.

중국에서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으로 유명한 텐센트는 싱가포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가레나에 지분 투자해 알리바바에 도전장을 냈다. 가레나는 ‘쇼피’라는 P2P(개인 대 개인) 쇼핑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JD닷컴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류창둥 JD닷컴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5년 전 중국을 보는 듯하다”고 WSJ에 말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동남아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여기에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차량공유 업체면서 모바일 결제 사업에도 나선 그랩에 투자해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매력은 6억2000만명에 이르는 인구와 떠오르는 중산층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소비자 취향과 규제가 다르고 현지 업체와 경쟁도 해야 해 만만한 곳은 아니라고 WSJ는 지적했다. 일본 1위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은 고전 끝에 올해 동남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