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계 비리 핵심…김기춘·우병우 수사에도 중요 참고인
'기존 진술 확인·차후 수사 기선 제압' 등 다목적 포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착수 이후 첫 공개 소환 대상자로 최순실(60)씨와 김종(55·이상 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선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검팀은 "기존 진술 확인과 추가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소환 배경을 설명했다.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들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문화·체육계에 전방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일단 특검은 두 사람을 이번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 데 핵심인 인물로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모금부터 지금까지 확인된 각종 이권 개입, 인사 전횡 등 복잡하게 얽힌 의혹의 실타래를 풀어줄 당사자라는 것이다.

최씨는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별칭에서 보듯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다.

박근헤 대통령과의 '40년 지기' 인연을 토대로 사실상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형사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하는 작업에서도 최씨의 '입'은 중요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재단 출연과 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에 관여하고 최씨가 주도한 각종 이권 사업을 측면 지원했다.

적용된 죄목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4개에 달한다.

최씨 등의 공소장에는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문구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관련 사안을 부탁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특검의 성패가 달린 박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도 최씨의 진술 여하에 따라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삼성이나 롯데·SK가 최씨측에 경영 현안 해결을 대가로 거액을 지원하고 박 대통령이 중간에서 다리를 놔줬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

특검은 이미 21일 현판식과 함께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을 겨냥한 수사에 들어갔다.

삼성이 최씨에게 지원한 돈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대가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합병 찬성 의결을 주도한 보건복지부·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는 삼성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시됐다.

김종 전 차관은 최씨의 최측근으로 이권 개입 과정에서 사실상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때 최씨와 가깝게 지낸 고영태(40)씨는 이달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을 최씨의 '수행비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화·체육계 비리 의혹의 대부분이 김 전 차관의 손을 거친 것으로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7·구속기소)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 개입 관련 수사에서의 '징검다리'로도 의미가 있다.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인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49) 전 민정수석비서관 비위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씨와 김 전 차관은 중요한 참고인이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두 사람은 하나같이 "최씨를 모른다"고 주장하지만,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는 여러 곳에서 드러나 있다.

김 전 차관 역시 해당 수사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그가 최씨의 소개로 김 전 실장을 만났다는 증언이 있고 우 전 수석이 그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첫 소환 대상자 면면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최씨와 김 전 차관이 우리가 눈여겨보는 핵심 인물인 것 맞다"라면서 "제기된 의혹 전반을 두루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첫 조사인 만큼 특정 사안을 깊이 있게 추궁한다기보다는 기존 진술을 유지하는지, 심경의 변화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사전 조사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파고들 수 있는 허점을 찾고 기선 제압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