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인도가 철강제품을 놓고 3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 21일 인도 정부에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철회를 요구하는 협의를 요청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중국·인도 싸움에 날벼락 맞은 일본 철강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인도의 조치가 일본 기업의 수출까지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인도 정부와의 합의에 실패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산 공급 과잉으로 보호주의 확산

인도는 지난해 9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와 건설용 열연강판에 최대 2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에서 열연강판 수입이 급증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본심은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공급 과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중국 조강(粗鋼) 생산량은 8억380만t에 달했다. 이 중 중국 내 수요를 초과하는 1억t을 싼값에 세계로 수출했다. 인도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요 5개국에도 2500만t가량이 들어갔다.

상대국 정부가 값싼 수입품에 대응하는 방안은 반덤핑 관세 부과와 세이프가드 발동 두 가지가 있다. 반덤핑 관세는 개별 기업의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매기는 데 비해 세이프가드는 일단 발동되면 전 세계 해당 제품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

또 반덤핑 조치는 진행하는 데 1년 이상 소요되지만 세이프가드는 개별 기업 청취 등의 절차가 없어 발동하는 데 시간이 짧게 걸린다.

인도는 작년 9월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조사를 시작해 1주일 뒤 잠정조치로 약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올 4월에는 추가 관세를 2018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인도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한 건 중국에만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양국 간 통상마찰로 번질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지난 5월 일본 이세시마 정상회의에서 중국 철강재의 공급 과잉 문제를 논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철강 생산능력은 수요보다 7억t 이상 많았다. 글로벌 공급 과잉을 주도한 중국은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t 줄이기로 했다.

◆일본 정부, 업계 불만 수용

일본 산업계는 중국산 공급 과잉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었다고 반발했다. 인도 철강 수출이 타격을 받자 일본 철강업계는 “인도의 안이한 조치로 인해 일본이 오히려 날벼락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6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판 ‘불공정무역보고서’에 “인도와 베트남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발동 요건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절차를 문제 삼았다. 10월에는 업계 단체인 일본철강연맹이 경제산업성에 공식적으로 인도 정부와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인도에 대한 세이프가드 철회 요청으로 세계적인 세이프가드 남발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속속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시아 이외 국가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세계적인 철강 생산 감축 움직임 속에 인도만 거꾸로 생산량이 늘어난 점도 철회를 요청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세계 조강 생산량은 16억2280만t으로 전년보다 2.9% 감소했다. 하지만 인도의 조강 생산량은 8960만t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상위 10개국 중 유일하게 늘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