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묘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묘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힘든 여정을 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의사를 굳혔으며, 현실정치의 벽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반 총장은 지난 20일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과 언론도 이제는 내 생각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를 위해 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지만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확답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 반 총장 지지모임을 겸한 비공식 회동에서는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한 참석자는 “반 총장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커리어(경력)를 바탕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자신의 롤모델로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국가 수반을 역임한 쿠르트 발트하임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 측근은 말했다. 반 총장은 1998년부터 3년간 주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내면서 발트하임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반 총장은 21일에는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묘소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링컨 대통령은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당시 극심하게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고 미국인의 결속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귀국 시점과 관련, 반 총장 주변에서는 한국 내 정치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대거 탈당이 어떤 국면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2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12월19~21일 성인 1519명 대상) 결과 지지율이 반 총장 23.1%,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2.2%, 이재명 성남시장 11.9% 순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 지지율은 전주보다 2.6%포인트 올라 문 전 대표를 8주 만에 제치고 오차범위 내 1위를 기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