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앞다퉈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생각 외로 큰 자금을 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만의 문제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박근혜 리스크’ 등이 꼽혔다.

최근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는 내년 전망에서 “한국 증시가 큰 패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근거로 △엔화 약세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 하락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BNP파리바는 이 보고서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관 등의 교체로 이어지고 정국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 등도 비슷한 견해다. 이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낮췄거나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기기관인 무디스도 이달 초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며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정치 불안 탓에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사드 문제도 가볍게 보기 어렵다. 지난달 말엔 중국이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한류 스타의 광고를 포함해 한류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CJ E&M 등 미디어 화장품주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관심사다. 한국 시장에 불리한 정책이 추가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정책과 독일의 총선 결과 등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