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 구간 멈춤·출발 첫 고비
주행거리 50m → 300m로
경찰청 "합격률 80% 밑돌 듯"
20일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 마련된 달라진 기능시험 체험 현장에는 시험에 도전했다가 ‘불합격’한 기자가 적지 않았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2종 자동시험’ 21호차 운전대를 잡았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2014년 2월 운전면허를 취득했을 때 기능시험 점수 95점을 자랑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첫 난관은 경사로 구간이었다. 오르막길 지정 지역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해야 한다. 1종 보통 차량은 기어 변속 중에 뒤로 1m만 밀려도 실격된다. 다행히 수동 차량이 아니어서 감점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신호 교차로를 통과한 뒤 T자 코스에 접어들자 크게 고전했다. 주차공간 폭이 3m로 좁은 편이어서 좌우를 확인하기 바빴다. 보조석에 앉은 강사가 수십 번 핸들 조작을 도와주고 나서야 간신히 주차에 성공했다. 차량 뒷바퀴를 노란색 주차선과 흰색 선 사이에 정확히 넣는 게 포인트다. 주차에 걸린 시간은 3분으로 지정된 기준 시간(2분)을 초과해 10점 감점됐다.
달라진 장내 기능시험은 주행거리가 50m에서 300m로 길어졌다. 마지막 가속코스는 도로 표지판 표시 지점부터 시속 20㎞ 이상으로 달려야 한다. 기자는 표지판을 넘어가기 전부터 시속 30㎞로 달리다 10점을 감점받았다.
종료 지점을 통과하자 “21호차 불합격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57점을 받아 통과 점수(80점)에 훨씬 못 미쳤다. 함께 탄 운전강사는 “미리 숙지하지 않고 타니 어려웠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려워진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80%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종전 장내 기능시험 평가항목의 합격률은 92.8%에 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달라진 시험 난이도는 2011년 쉬워지기 전 기능시험 난이도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실차 실험 결과 합격률이 80%로 나왔지만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형규/김동현 기자 khk@hankyung.com